“직장이 강남인데 오피스텔 월세가 100만원이 넘어서 모교 근처인 신촌으로 왔어요. 그런데 여기도 학생 때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서 방을 구하기 힘들었어요.” (서대문구 연희동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한모씨, 29세)
빌라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역전세와 전세사기 우려가 계속되면서 오피스텔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월세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1인 가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 사기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고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면서 1인 가구 전세 수요가 월세로 속속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한 103.07이다. 지난해 월별 지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는 각각 0.22%, 0.14% 하락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을 의미하는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은 작년 1월 5.56%에서 같은 해 12월 5.97%로 0.41%포인트(p) 높아졌다.
오피스텔 월세 거래도 활발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오피스텔 월세 거래는 총 3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이뤄진 13건보다 크게 늘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직장 근처는 월세 100만원이 그냥 넘어간다”, “직장 근처 월세가 감당이 안돼 대학가 원룸을 알아봤는데 대학가 원룸도 만만치 않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실제 신촌 오피스텔 월세 가격도 80만원 선으로 크게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촌은 전부터 직장인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며 “3~4년 전과 비교해 월세가 전체적으로 10~15% 정도 올랐다”고 했다. 이어 “대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옛날에는 50만~60만원대 원룸을 찾았다면 요즘은 월세가 비싸진 걸 다 알고 있다.. 70만~80만원대 방부터 문의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촌 지역 직장인 수요는 직장이 비교적 가까운 광화문·시청 인근인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데 요즘은 여의도, 심지어 강남이 직장인 사람도 찾아온다. 월세가 너무 비싸니까 직주근접은 생각도 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월세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비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신규계약을 중심으로 높아졌고 종전 전세에서 월세로 갱신하는 비중도 소폭 증가했다”며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역전세,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 ‘전세 리스크’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어 월세 선호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도 월세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세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월세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보증금 규모를 늘리거나 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세사기 등 리스크가 커지면서 1인가구나 보증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며 “전체적인 전·월세 공급이 늘거나 전세 리스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월세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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