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 비례정당 급물살…새진보 “비례 교차배분”
현실적 당선권 15~20번…당 일각 “7~8석이 한계”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용 범야권 비례정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등 비민주당 계열에 비례 의석을 얼마나 내줄지 주목된다. 기본소득당 등 3개 군소야당이 연대한 새진보연합은 민주당에 비례 교차 배분·지역구 단일화 등 사실상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민주연합)이란 이름의 범야권 비례정당 추진단장으로 박홍근 의원을 내정했다. 앞서 이 대표가 5일 이번 총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현행 준연동형제로 하고 비례정당 창당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날까지 의원총회 추인과 관련 기구 수장 인선도 마무리됐다.
박 의원이 이끄는 추진단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현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타 당과의 연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의 총선용 연대체인 새진보연합은 본격적인 연대 논의에 앞서 비례순번 교차·지역구 단일화 등 지분 확보전에 나섰다. 용혜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소수당 의석을 서로 번갈아 배치하자”며 “의석 규모는 진보진영 승리를 바라는 국민의 지지 만큼 반영해야 한다. 후보 검증도 국민 앞에 투명하게 진행하자”고 했다.
또 “지역구도 1:1로 과감하게 연합해 300석 싸움에서도 이기자”라며 “3월 초까지 속도감 있게 지역구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에 앞서 ‘책임’을 강조하며 검증·공천 등 주도권 행사를 시사한 데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책임엔 언제나 권한이 따르고 권한엔 또 책임이 따른다”며 “민주당이 상응하는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비례정당에 추천된 분들은 당 시스템 안에서 검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 의석을 염두에 둔 세력은 새진보연합 외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추진 중인 ‘정치검찰해체당’ 등이 꼽힌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대표의 비례정당 창당 기자회견문을 공유했고, 송 대표 측도 비례정당 창당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연대체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은 아직 민주당 비례정당 합류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논의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소수정당 등에 비례 의석을 얼마나 넘겨줘야 할까.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은 17석(득표율 33.35%)을 확보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미래한국당은 19석(33.84%). 별도 협상이 없다면 당시 30개 의석에 적용된 준연동형은 이번 총선에선 전체 47석으로 확장된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이 정당 득표율에 비해 적으면 모자란 의석 50%를 비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당 득표율 3%만 넘으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실적인 당선권은 비례 15~20번 정도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킨 20대(2016년) 총선에선 13석, 19대 총선에선 21석, 18대 총선에선 15석을 얻었다.
비례 18석을 기준점으로 가정할 때 당선권 40% 수준인 7~8석 이상 내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부 당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미 민주당의 총선 영입인재만 이날까지 17명이다. 연대 대상 정당 지지율 자체가 극미한 데다 향후 부실 검증 책임까지 민주당이 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넉넉한 의석 배분은 애당초 무리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비례 18석은 얻었다. 이 중 40% 정도만 넘겨줘도 정말 많이 양보한 것 같은데, 소수정당 생각은 다를 것”이라며 “우리 영입인재도 많은데 새진보연합도 최근 인재영입을 해서 놀랐다.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군소야당 숫자와 각 지도부·자체 영입인재, 조 전 장관·송 전 대표의 신당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때 의석 지분·검증 주체 등을 둘러싼 진영 내 잡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관계자는 “지지율 산정조차 안 되는 당도 진보라며 의석을 가져간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원내정당으로서 논란을 일으키면 모두 우리 책임이라고 할 거 아닌가. 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지지율이 1%인데 10석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왜곡된 형태의 요구까지 다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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