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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 덕 보는 건설사들, 덩치 ‘사상최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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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은 ‘사상 최대’ 영업수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주택 시장 부진에 대응하며 그룹 계열사 공사물량을 발판으로 발 빠르게 해외 수주로 보폭을 넓힌 최상위 대형 건설사들이 드라마틱한 매출 성장을 일궜다.

다만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한계를 보이며 주택 사업에서도 기를 펴지 못한 건설사도 있었다. 재작년보다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장 탄력은 상위 경쟁사들만 못했다. 

주요 건설사 2023년 매출액/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7개 대형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가 거둬들인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 96조8560억원 규모다. 전년(79조4051억원) 대비 22% 이상 몸집을 불리며 100조원 근처까지 다다랐다.

7개 건설사 모두 전체 매출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동시에 가장 극적인 매출 사업 외형 성장을 이룬 것은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2위지만 연결종속법인인 시평 4위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실적이 잡힌다. 현대차그룹의 ‘건설 형제’는 함께 총 29조6514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전년 대비 39.6% 늘어난 수치로 연간 목표치도 16.3% 추가 달성했다.

현대건설 본체만 따진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조7788억원이다. 인천 송도 사업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송도랜드마크시티를 합치면 현대건설 매출은 16조50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33% 늘린 것이다. 공종별 최대 매출은 건축주택사업으로 전년보다 39% 불어난 11조4790억원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별도 기준 13조66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년대비 성장률은 48.2%에 달했다.

연결 기준(현대엔지니어링 포함)으로 봤을 때 매출 비중은 국내가 해외보다 컸고, 증가율도 높았다. 건축주택사업과 울산 샤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키워낸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7조7650억원이었다. 

해외 매출은 11조8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5% 증가했다. 특히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의 공정을 본격화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 북미공장을 짓는 등의 그룹 물량 효과도 톡톡했다.

매출 2위는 시평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었다. 지난해 홀로 19조3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전년 대비로는 32.3% 증가한 실적이다.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그룹 물량을 포함한 굵직한 해외프로젝트 매출을 본격화해 삼성물산 내에서 ‘실적 효자’ 자리도 되찾았다.

현대건설과 달리 삼성물산의 덩치 회복은 해외에서 주로 이뤄졌다. 국내 매출은 10조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한 데 그쳤지만 해외 매출은 9조2490억원으로 전년보다 75.8%나 늘었다.

공종별로는 가장 비중이 큰 건축(계열사 공장 및 빌딩 등) 매출이 14조5560억원으로 전년대비 36% 늘었고, 플랜트(에너지 설비 관련) 매출은 3조2590억원으로 26.9% 증가했다. 반면 토목 매출은 1조760억원으로 9.6% 느는 데 그쳤다.

다만 지난해 매 분기 상승세를 보이던 매출액은 4분기 들어서며 꺾였다. 아랍에미리트 복합 화력발전소 화재로 인해 공사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매출 3위는 13조4366억원을 기록한 시평 5위 GS건설이 기록했다. 지난해 검단 사고 여파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9% 늘리며 사상 최대라는 이례적 실적을 냈다. 

건축·주택본부가 여지없는 주력이었다. ‘자이’ 2만여가구 분양을 바탕으로 전년에 비해 9.7% 늘린 10조23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모듈러주택, 2차전지 재활용, 스마트 양식 등 자회사를 포함한 신사업 매출이 전년보다 38%늘린 1조4140억원으로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인프라(토목)본부 매출은 1조1040억원으로 전년비 4.1% 느는 데 그쳤고, 플랜트 매출은 3010억원으로 전년의 반토막(49.7% 감소) 났다. 작년 전체 매출에서 국내사업 비중은 81.3%였는데 이는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매출 4위는 시평순위 3위 대우건설이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조6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286억원(11.8%) 늘었다.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건설경기 악화와 보수적인 주택건축 사업 접근이 매출 성장세를 누그러뜨렸다. 기댈 수 있는 그룹 물량도 없다.

대우건설 매출은 △주택건축 7조2051억원 △토목 2조4151억원 △플랜트 1조6202억원 △연결종속기업(베트남 하노이 THT 개발사업 등 포함) 4074억원 등이었다. 주택 비중이 62%로 높은데, 이 탓에 토목, 플랜트 등 해외개발사업 비중을 높이는 게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매출 5위는 지난해 토건(토목+건축) 위주의 시평 순위로는 33위인 삼성엔지니어링이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0조62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 늘었다. 

해외 사업으로 웃었던 삼성물산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인 화공부문 매출이 감소하며 울상을 지었다. 화공 매출은 지난해 4조6068억원으로 전년(4조8196억원)대비 2000억원 이상 줄었다. 매출 비중은 47.9%에서 43.4%로 4.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이어서는 시평순위 6위인 DL이앤씨의 매출이 많았다. DL건설을 포함해 매출 7조9945억원을 기록, 2021년 분할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6% 늘어난 규모다. 상대적으로 매출 성장률이 낮았던 이유는 원가율이 높아진 주택부문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DL이앤씨 주택부문 원가율은 2022년 86.7%에서 지난해 91.9%로 뛰었다. 이 건설사는 이에 신규 수주 가운데 주택 비중을 2022년 77.6%에서 2023년 60%를 넘기는 수준으로 낮췄다. 자체사업(분양사업)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안전성이 높은 일반도급 비중도 절반 이상으로 높였다. 이로써 우발부채 요인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를 낮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시평순위 11위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4조19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매출이 27.1% 성장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다음으로 가파른 성장세다.  

대형사고가 불거졌던 2022년 3조28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던 외형에 회복 탄력성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고 전후 수주한 외주 주택사업 매출이 본격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부산 아시아드레이카운티, 개포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청주 가경아이파크 5단지 등 굵직한 사업지들의 준공이 매출로 본격 인식된 덕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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