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선두주자’ 자신감 올해도 어필
삼성전자, AI폰으로 ‘상징성+판매 증대’ 두 마리 토끼
AI(인공지능) 시대가 개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AI 주도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AI 반도체’에서 일찌감치 엔비디아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SK하이닉스는 올해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 왕좌’ 자리를 이어갈 것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는 ‘AI폰’ 붐을 일으켜 AI 스마트폰=삼성전자라는 상징성을 어필하는 동시에 매출 확대까지 꾀하는 등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를 제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D램을 중심으로 기술 우위를 이어갈 전망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5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실적 발표(25일) 1주일 전만 하더라도 적자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 같은 시장의 예상을 뒤집고 전사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낸드 사업이 부진했음에도 HBM3, DDR5 등 고성능 D램 사업 성과가 크게 두드러진 것에 기인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두 제품 매출은 전년과 견줘 5배,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글로벌 전역을 강타한 반도체 부진에서도, AI를 학습시키는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HBM 수요는 유일하게 성장했다. GPU 기반 AI 가속기에는 HBM이 탑재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GPU 장점이 AI용 반도체 수요로 이어졌고, ‘AI 산업’ 개화가 불을 댕겼다.
GPU 강자인 엔비디아와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나란히 시장지배력을 확대했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AI 서버 성장률은 40% 이상, HBM은 60~80%으로, 그 사이 유력한 경쟁자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양사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 일등공신인 HBM을 앞세워 올해에도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미 HBM3, HBM3e의 올해 생산분은 솔드아웃(주문완료)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양산하는 HBM3e을 비롯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 종합 AI 메모리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만 투자 방식은 ‘선택과 집중’으로 제한한다. ‘HBM 선두주자’ 타이틀을 이어가기 위한 선단 제품 투자는 지속하지만 그렇다고 물량 중심의 막대한 투자는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25일 가진 실적설명회에서 “HBM은 고객과의 1년 이상의 사전 협의 및 계약을 통해 생산분을 결정하는 수주형 성격을 띈다”며 “예상되는 수요 수준에 맞춰 신중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같은 판단은 AI 메모리 시장이 과거 물량 기반이 아닌, 고객 맞춤형이라는 데 근거를 둔다. AI향 반도체를 취급하는 고객들의 니즈는 더욱 다각화되고 세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과거 물량 기반의 점유율 싸움으로 대규모 반도체 적자를 본 것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기술 리더십 의지에 대한 증권사 전망은 긍정적이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1조654억원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 D램+낸드 사업 영업이익 3000~5000억원과 큰 차이가 난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AI 타이틀’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에서 치고 나가고 있고, 애플이 지난해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 1위까지 거머쥐면서 삼성으로서는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삼성은 올해 세계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를 앞세워 AI 스마트폰=삼성전자라는 상징성을 어필하는 동시에 매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과 영국 지식재산청(IPO)에 ‘AI 스마트폰’과 ‘AI 폰’에 대한 상표 등록 절차를 마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초반부터 AI폰은 곧 삼성전자라는 인식을 부각시켜 글로벌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애플 역시 올해 하반기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중으로, 향후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삼성이 공들인 S24는 ‘온디바이스 AI’를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마트폰 최초로 실시간 통역을 내장해 통역 통화와 번역 채팅을 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도 신경을 썼는데, ‘삼성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데이터가 오가는 ‘시작부터 끝까지(End to End) 암호화(E2EE)’를 제공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SW) 구성에 갤럭시S24시리즈에 대한 시장은 호의적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24시리즈 국내 사전판매량은 121만대로, 전작(갤럭시S23·109만대)을 제치고 역대 ‘S시리즈’ 최다 사전 판매 성적을 달성했다. 일평균 판매량은 17만300여대로, 갤럭시 스마트폰 중 역대 최다 사전판매량(갤럭시노트10·12만5000대)를 앞질렀다.
갤럭시 신제품 효과가 두드러진다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MX(모바일사업부)가 전사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DS(반도체) 흑자는 상반기부터나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디스플레이·가전 사업의 경우 성장세에 한계가 있다.
내부적으로도 갤럭시 판매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다니엘 아라우조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달 31일 가진 실적설명회에서 “갤럭시S24시리즈를 통해 갤럭시AI로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프리미엄 세그먼트 내 두 자릿수 판매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4조6945억원) 중 MX 사업이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이투자증권 3조8600억원, 유안타증권 3조8470억원, 유진투자증권 3조9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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