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통합형 비례정당’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범진보 야권 소수 정당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에 소수 정당 인사의 비례대표 공천비율이 어떻게 정해질 지를 놓고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소수정당이 몇 명의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을 것인지에서부터 비례 순번뿐 아니라 포함해야 할 인사들의 범위까지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제시한 통합형 비례정당에 대해 진보 야권에서는 일제히 환영하는 뜻을 보이면서도 민주당의 독주를 경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페이스북에 “통합형 비례정당과 기존 위성정당과 어떻게 다른지, 준연동형 취지를 어떻게 살릴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김 상임대표는 “2020년 총선의 더불어시민당과 같은 형태라면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창당한 위성정당이다.
당시 정의당은 10% 가까운 지지율을 받고도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에 밀려 단 6석을 얻는데 머물렀다.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 진보 세력이 모인 ‘새진보연합’의 용혜인 상임선거대책위원장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위성정당이 아닌 통합형 비례연합정당이 되기 위해 (민주당과) 어떤 구상인지 실제로 이야기해보고, 논의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용 위원장은 기본소득당 대표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당에서는 통합형 비례정당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광주 서구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진영, 민주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포함할 소수정당의 범위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선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통합형 비례정당 출범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피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당선 가시권에 민주당에서 공천한 후보들을 포진시키고 소수정당 가운데 영향력이 약한 세력은 후순위에 배치하게 되면 이들이 통합형 비례정당 연합에 참여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순번 조정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소수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에 더 우호적이거나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정당에 대해 더 많은 인원을 배분한다면 이 과정에서 야권 소수정당 사이에 갈등이 번져나갈 공산도 크다.
옥중 창당을 추진하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어 ‘통합형 비례정당’에 포함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은 지난 1월19일 ‘리셋코리아행동’ 세미나에서 야당의 200석 확보를 전제로 탄핵과 개헌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권을 조기 종식시켜야 한다는 국민들이 힘을 모아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오른쪽으로는 이준석 신당까지 다 합해서 그런 수가 확보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반윤(반윤석열)’ 의제를 기반으로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국 신당도 이 통합형 비례정당에 얼마든지 같이 탈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느 누구도 저희는 배제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의 ‘정치검찰해체당’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여전히 부정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 전문업체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 의뢰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출마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6.8%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는 64.3%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핵심 지지층을 지키느냐, 중도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조국 전 장관의 통합형 비례정당 참여를 두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에 ‘현실성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이끄는 정의당 등과 비례연합 구성에 실패한 점이 이런 견해의 근거로 꼽힌다.
물론 민주당이 통합형 비례정당 후보 공천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난립하는 후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소수정당과 달리 이해찬 전 대표가 도입한 ‘시스템 공천’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보수정당이 매 선거마다 공천 파동이나 잡음을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고려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 도입을 내세우고 있다는 보는 이도 있다.
민주당은 소수정당에 비해 인프라와 인적 자원이 많아 이를 통해 보다 심도 있는 정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아 후보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공천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2020년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공모에는 113명이 지원했으나 겨우 3차례의 회의를 여는데 그쳤다. 더구나 12시간 만에 추가 공모자를 비례대표 1순위로 확정해 ‘졸속 공천’과 ‘주먹구구 공천’이라는 비판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 결과 뽑힌 비례대표 가운데 김홍걸 전 민주당 의원이나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사법부에서 유죄를 받은 인물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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