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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로 다소 파격적인 수준인 2000명을 제시한 것은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대 입학 정원이 2006년 이후 19년째 묶여 있어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대비하지 못하고 지역·필수의료 생태계 붕괴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실타래처럼 꼬인 의료계 난맥상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라는 필요조건과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라는 충분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영향을 미쳤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이 5058명 규모로 늘어난다. 앞서 1일 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담대한 의료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정부는 1만 5000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른 나라와 단순 통계만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총 병상 수, 접근성, 의료 서비스의 질 등 여러 측면에서 의료 환경이 좋다. 하지만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OECD가 지난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보다 훨씬 적다. 또 2021년 한국의 의사 1인당 진료 인원은 6113명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2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고 OECD 평균인 1788명의 3.4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이 느끼는 진료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3분 진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의사 수 부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지역·필수의료 분야다. 관내 병원에서 병상 부족과 의료진 부재를 경험해 수백 ㎞를 이동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가 줄어들면서 소아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대기하는 ‘소아과 오프런’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대학별 배정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을 집중 배정하고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정부는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9부 능선은 넘었지만 관건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수가 보상 등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와 법령을 어떻게 촘촘하게 만드느냐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도 구체적인 예산과 실행 계획들이 부재한 분야가 많았기 때문이다. 파업 등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의료계를 설득해야 하는 것도 결국 정부의 몫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개별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의과대학 병원을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완수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고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라며 “권역별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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