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실적 회복·미래 먹거리 발굴 등 과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경영권 승계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털어 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설 연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경영 보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설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삼성을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2014년부터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해 왔다.
앞서 작년 추석 연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찾아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 산악터널 공사 현장 등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2022년 추석에는 삼성전자 멕시코·파나마 법인에서 중남미 사업을 점검하는 한편, 명절에도 귀국하지 못하는 삼성 관계사 소속 장기 출장 임직원 20명의 가족에게 굴비 세트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주로 재판이 없는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한층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외 사업장을 찾아 명절에도 타지에서 고생하는 임직원을 격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있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고 있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된 만큼 이 회장의 향후 행보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만큼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당장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은 작년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며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조 단위 적자를 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작년 2분기 44.7%포인트에서 3분기 45.5%포인트로 확대됐다.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도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애플에 빼앗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상 처음으로 작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긴 했지만, 바이오 분야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이 회장이 집중해 온 신사업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미래 먹거리 발굴도 시급하다.
이 회장은 2022년 8월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하는 등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작년 말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 등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9년간의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향후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확대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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