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각 규모 1년 새 139%나 늘어
코로나 이어 고금리까지 이중고
금융지원發 잠재 리스크도 복병
국내 은행들이 자영업자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을 정리하면서 손실로 처리한 금액이 한 해 동안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고금리 충격까지 직면하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으로 잠재된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반응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20개 전체 은행들이 상각한 개인사업자 대출 관련 부실채권은 총 9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0% 늘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혹은 외부 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상각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151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18.8%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1351억원으로, KB국민은행도 1168억원으로 각각 160.2%와 199.2%씩 증가하며 해당 금액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IBK기업은행(1030억원) ▲신한은행(1028억원) ▲NH농협은행(924억원) ▲BNK부산은행(730억원) ▲DGB대구은행(657억원) ▲Sh수협은행(632억원) ▲BNK경남은행(540억원) 등의 개인사업자 부실대출 상각 액수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채권 상각이 확대됐다는 것은 은행이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대출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대출 부실화의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른바 동네 사장님들이 쌓여만 가는 이자 부담에 결국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는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고금리 기조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신 건전성 악화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며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영향까지 감안하면 잠재된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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