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승석, 황재희 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선고를 앞둔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3년5개월을 끌어온 재판의 결과가 나오는 만큼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집행유예 또는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삼성은 ‘총수 리스크’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실형이 선고되면 또 한번 ‘오너 공백’을 겪으면 삼성의 미래 성장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시가총액 3위로 내려앉았지만 산업계 경제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하다. 수원, 평택 등 ‘세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삼성전자 사업장이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과장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삼성은 총수 중심 경영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총수 리스크가 기업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선고 기일이 한 차례 연기된 터라 엄중한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26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1심 선고가 열흘 연기했었다.
오전 비교적 한산했던 서울중앙지법 앞은 공판 시간인 오후 2시가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만 이 회장의 처벌을 주장하는 진보단체와 검찰의 부당한 기소를 비판하는 보수단체들이 찬반시위를 벌였던 첫 공판과 달리 비교적 차분했다. 삼성 측 관계자들이 속속 집결하는 가운데 언론사 취재진이 몰려 서관 입구를 북새통이었다. 주변 행인들은 취재진에게 “오늘 누가 와요?”라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40분경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의 차량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잠시 고성이 오갔다. 이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측과 처벌을 요구하는 측이 설전을 벌였기 때문. 한쪽에서는 “화이팅”을, 다른 한 켠에서는 욕설을 외치는 와중에도 이 회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법정 안에서도 이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간간히 복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을 뿐, 피고인석에서 입을 열지 않았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는 동안에도 얼어 있던 이 회장은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는 말을 듣고서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피고인석에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과 인사를 나눈 이 회장은 취재진의 말에는 입을 닫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이 회장을 포함해 해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등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2020년 9월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각종 위법 행위를 동원,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등을 훼손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주들이 피해를 입혔다는 취지로 이 회장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106차례의 공판을 진행하면서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SP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뒤늦게 회계에 반영한 것도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합병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이 이득을 봤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해도 고의로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추고 제일모직과 삼성바이오SP 등의 가치를 부출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3년 이상 끌어온 재판 결과, 범죄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서 항소에 나설지 주목된다. 검찰은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밝힌 상태. ‘재벌 기업들의 위법과 편법 승계 재발을 막기 위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만큼, 체면치레를 위해 항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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