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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시행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이 12조 원을 돌파하는 등 큰 폭 늘어났으나 금융투자업계는 은행·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금리 환경에 디폴트옵션 대부분이 초저위험으로 쏠린 데다 위험등급별 1년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5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공동 발표한 ‘디폴트옵션 2023년 4분기 말 기준 수익률 등 현황 공시’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금액은 12조 5520억 원으로 3분기 대비 7조 4425억 원이 증가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상품을 결정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형 가입자만 대상으로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은 제외된다.
지난해 4분기 증가한 디폴트옵션 적립금액 가운데 DC형이 8조 5993억 원이고, IRP형은 3조 95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정 가입자 수는 479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88만 명 늘어났다. DC형이 281만 명, IRP형이 198만 명이다.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의 89%는 초저위험(11조 2879억 원)으로 쏠렸다. 고금리 등으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위험이 6835억 원, 중위험이 4057억 원, 고위험 1749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초저위험 비중이 커지면서 적립금 대부분이 은행으로 쏠렸다. 적립금 규모 10위권 안에 은행만 8곳이 포함됐다.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10위권으로 간신히 턱걸이했다. 나머지 한 곳은 근로복지공단으로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발표까지만 해도 미래에셋(6위), 삼성증권(7위), KB증권(8위) 등이 10위권 안에 안착했으나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 모두 밀려났다.
은행과 증권사 격차도 크게 확대됐다. 신한은행(2조 5122억 원), KB국민은행(2조 4064억 원), IBK기업은행(1조 4640억 원), 농협은행(1조 4410억 원), 하나은행(1조 3704억 원) 등이 1조~2조 원 규모의 적립금을 확보하는 동안 미래에셋증권은 137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상품 수익률은 10.1% 수준으로 당초 목표했던 연 6~8%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1년 이상 디폴트옵션 상품의 개별 수익률을 산술평균한 수치다. 지난해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에서도 디폴트옵션이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위험등급별 1년 수익률을 살펴봐도 증권사보다는 은행·보험 약진이 두드러졌다. 초저위험 상품에선 ‘삼성생명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원리금보장상품’이 5.2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위험 상품에서는 ‘삼성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2’가 11.19%로 가장 높았다. 중위험에선 ‘KB손해보험 디폴트옵션 중위험 TDF1’, ‘미래에셋생명 디폴트옵션 중위험 TDF1’, ‘한국포스증권 디폴트옵션 중위험 TDF2’가 각각 14.65%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고위험 상품에선 ‘KB국민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이 20.01%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의 주된 목적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인 만큼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은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안정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도록 보다 내실 있게 제도를 관리·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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