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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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갤럭시S24 시리즈는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한 사전 판매에서는 일주일 동안 121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사전 판매고다. 나아가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 이후 진행된 전 세계 사전 판매에서는 전작 대비 두 자릿수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중 효자는 최고 사양 모델인 갤럭시S24 울트라다. 울트라 모델은 전체 판매의 65% 이상을 차지했다.
드디어 사라진 ‘엣지’
갤럭시S24 울트라는 전작과 비교해 큰 사양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차이가 있다. 먼저 제품 크기와 조금 줄었다. 그러면서도 화면 크기는 6.8인치 그대로 유지했다. 베젤(테두리)을 줄인 덕이다. 이번 갤럭시S24 시리즈의 베젤은 역대 갤럭시 중 가장 얇은 수준이다. 두께도 전작 대비 0.3mm 줄며 그립감(잡는 느낌)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성인 여성이 들기에는 크다는 느낌이 강했다.
또 울트라 모델에 처음으로 ‘플랫(평평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패널 옆면에 곡률을 넣는 ‘엣지’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났다. 그간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 엣지 디스플레이를 고집해 왔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최초로 도입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갤럭시S24 울트라는 시리즈 최초로 티타늄 소재를 단말기 프레임에 적용했다. 내구성 개선은 물론, 유광으로 빛났던 전작과 달리 무광 처리가 되면서 고급스러움도 배가 됐다.
디스플레이도 개선됐다. 울트라 모델 전면 디스플레이에는 코닝의 ‘고릴라 아머’가 새롭게 적용됐다. 일반 유리 대비 최대 75%까지 빛 반사율을 감소시켜 여러 조명 환경에서도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화면이 꺼진 검은 화면을 봐도 저반사 덕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긁힘과 낙하 등에 더 강하게 견디도록 내구성도 개선됐는데, 코닝에 따르면 경쟁사 제품 대비 낙하 내구성은 최대 3배, 긁힘 저항성은 4배 이상 뛰어나다. 실제 약 일주일 동안 액정 필름과 보호 케이스 없이 사용했는데, 긁힘이 전혀 없었다.AI폰에 걸맞는 AP
외관 차이 말고도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두뇌’ 차이도 있다. 갤럭시S24 울트라는 ‘최초의 AI 스마트폰’을 표방한 만큼, AI 사용성 극대화를 위해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칩으로, 전작에 탑재된 2세대와 비교해도 AI 프로세싱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특히 이번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울트라에만 퀄컴의 AP가 탑재됐다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일반·플러스 모델에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400’이 들어간다. 엑시노스 2400도 발열 등 여러 문제를 개선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입장이지만, 그간의 ‘전적’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에 탑재된 엑시노스2200의 발열 문제와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에 따른 게임 성능 저하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모바일 게임을 즐겨한다면 일반·플러스 모델보다는 울트라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갤럭시 S24 울트라는 전작 대비 발열 관리 부품인 ‘베이퍼 챔버’가 1.9배 커졌다. 일반 모델(1.5배)과 플러스 모델(1.6배)보다 오랜 시간 안정적인 게임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언팩에서 소개한 위메이드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나이트 크로우’를 갤럭시S24 울트라로 플레이 해봤다. 퀘스트를 깨고 자동 플레이를 돌리기도 하는 등 2시간 정도 켜 놓았는데도 발열은 거의 없었다. 스마트폰이 따뜻해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레이트레이싱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구현됐다. 레이트레이싱은 물체에 투과·굴절·반사되는 빛을 실감 나게 표현하는 렌더링 기술이다.
캐릭터의 레벨을 17까지 키우는 동안 배터리는 42%에서 22%까지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갤럭시S24 울트라의 배터리 용량은 5000mAh(밀리암페어)로 전작과 동일하지만, 게임을 하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일반(4000mAh), 플러스(4900mAh)와 비교해도 가장 크다. 급속 충전이 가능해 25W(와트) 충전기를 사용했을 때 20분 만에 20%에서 60%까지 충전됐다.
명불허전 ‘줌 장인’
울트라 모델의 최대 강점인 카메라 스펙은 전작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줌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갤럭시S23 울트라는 광학줌을 3배, 10배를 활용했지만 갤럭시S24 울트라에서는 3배, 5배줌이다. 광학줌은 실제 렌즈가 작동해 사물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촬영된 이미지를 확대하는 디지털 줌보다 훨씬 선명하다.
광학줌이 10배에서 5배로 바뀌었으니, 줌 기능이 예전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작의 경우 10배줌 망원 카메라는 1000만 화소였는데, 신작의 5배줌 망원 카메라 화소는 5000만 화소로 개선됐다. 화소가 높아진 만큼, 5배줌 카메라로도 10배줌을 이전 세대 광학줌과 유사한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는 AI 기반의 ‘프로비주얼 엔진’과 ‘쿼드 텔레 시스템’도 시리즈 최초로 탑재했다. 쿼드 텔레 시스템은 2·3·5·10배줌 모두 광학 수준의 고화질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울트라 모델 카메라의 최대 강점이었던 ‘스페이스 줌’, 즉 100배줌도 AI 기반으로 개선됐다.
전작과의 정확한 비교는 어려웠지만, 평소 아이폰을 사용하다 보니 울트라 모델의 줌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5배줌뿐 아니라 10배, 30배줌까지도 또렷하게 사진이 찍혔다. 카페에 앉아 멀리 전시된 상품을 확대했는데, 감자칩의 제품명부터 제품 설명, 용량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100배줌을 하니 글씨 한 자 한 자가 정확히 찍히는 등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디지털줌의 성능은 만족도가 떨어졌다. 보통 줌 기능을 사용할 때 화면에 나와 있는 버튼을 누르기 보다는 손가락을 사용해 화면을 밀거나 당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광학줌을 제공하는 숫자가 아닌 구간에서는 모두 디지털 줌으로 찍힌다.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전 구간에서의 카메라 성능을 높였다고 했지만, 여전히 광학줌의 만족감을 충분히 채울 수는 없었다.
갤럭시S24 울트라는 여러 AI 기능뿐 아니라 AP, 디자인, 내구성 등에서 전작보다 개선된 제품이다. 모바일 게이밍을 즐기거나 엣지 디스플레이가 싫어 울트라 모델이 꺼려졌던 소비자, 필름과 케이스를 거추장스러워하는 소비자 등에게는 최선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AI 경험을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자 이전 세대 단말에서도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물론 AP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신작과 같은 수준의 성능이 나오진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신제품이 출시될 때는 전작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기이니, 이전 세대 울트라 모델을 구매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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