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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상속세·지배구조 고질적 문제 걸림돌… 실제 주주환원 효과 ‘글쎄’

아주경제 조회수  

자료금융위원회 NH투자증권
[자료=금융위원회, NH투자증권]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이 크게 올랐지만 하나의 테마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PBR주 대부분이 오너 지배 체제인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금융업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속세 문제,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코스피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요 대기업 계열사나 은행 등 금융업, 공기업 등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대부분 PBR 배수가 1미만인 기업들이다. PBR은 낮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PBR가 낮다고 정책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은 주주환원 확대를 빠르게 발표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가치를 개선한 우수 상장사 100곳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비슷한 제도를 앞서 도입한 일본에서는 닛케이225와 토픽스가 각각 20% 넘게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 PBR가 낮은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기업 계열사 또는 유통, 식음료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창업주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곳이다.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배당 성향도 높여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를 추진한 바 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도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재계가 일제히 반발하며 일단 보류하고 기업 자율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배당 성향이야 높일 수 있지만 스스로 자사주 소각을 하는 기업들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이익이 제대로 주주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지배구조 문제가 밸류에이션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인 사례가 많다”며 “상속세 문제와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에 선뜻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규정하는 최대 세율은 50%다. 대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추가 과세가 적용돼 최대 60%가 적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재산 대부분을 회사 지분으로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로서는 회사를 대물림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편이 낫다. 

기업 상당수가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매입한다는 점도 문제다. 자사주는 매입 시 의결권이 없지만 추후 우호세력에 매각해 대주주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다. 국내법상 신주 발행 시에는 주주 동의 등 엄격한 절차가 요구되는 반면 자사주 처분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이 제 값어치를 평가받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결국 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위한 정책적인 변화와 상속세 문제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한다면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상 회사들의 배당만 찔끔 올리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는 개선되기 쉽지 않고, 배당성향은 상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 지주회사는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이 있으나 미래에도 지속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상속세 문제,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줄 수 있는 이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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