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주택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택 착공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아파트보다 비(非)아파트에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서민 주거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주택 착공 물량은 20만9351가구로 지난해보다 45.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2년에도 착공 물량은 38만3404가구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022년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특히, 지방은 전국 평균보다 더 많이 착공 물량이 줄었다. 지방은 지난해 10만4065가구만 착공해 2022년 19만6996가구에서 47.2% 급감했다. 수도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5% 줄어든 10만5286가구로 집계됐다.
지방에선 착공 물량이 아예 씨가 마른 곳도 다수 나타났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해 전체 착공 물량이 1124가구에 그쳤다. 2022년 1만5417가구와 비교하면 92.7%(1만4293가구) 감소했다. 세종 역시 같은 기간 2217가구에서 147가구로 93.4%(2070가구) 줄었다. 대전과 울산도 각각 전년 대비 58.6%(5347가구)와 61.8%(5615가구)씩 축소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구와 세종에 주택 착공 물량이 없는 것은 기존 공급 물량이 너무 많기도 하고, 집값 내림세가 전국 평균보다 더 가팔라 주택 사업자들이 착공을 안 하기 때문으로 본다”며 “반면, 서울의 경우 지가 상승과 수도권 정비사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착공이 막힌 곳이 많다. 이런 이유로 전국에서 착공 물량이 급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아파트보다 비아파트 착공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서민 주거 불안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아파트는 전년 대비 43.1% 줄어든 약 17만 가구가 착공했지만, 비아파트는 53.5% 줄어든 약 4만 가구만 착공했다.
국토부 통계누리 자료 분석 결과,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지난해 12월만 떼놓고 보면 전국에서 총 676가구가 착공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물량이 626가구로 전체의 92.6%를 차지했다. 지방의 빌라 착공은 없다시피 했다. 대구는 지난해 통틀어 다세대주택 단 8가구만 착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부는 착공 물량 급감을 막기 위해 비아파트 대출 지원 확대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의찮은 상황이다. 앞서 국토부는 비아파트에 대한 주택도시기금의 대출 지원을 확대해 비아파트 분양 시 가구당 최대 7500만 원을 대출해 준다. 다세대(3.5%)와 연립(4.3%)은 지원 대출 중 최저금리로 지원하지만, 비아파트 착공 확대를 유도하긴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 전세나 월세 수요로 바뀌면서 비아파트 사업이 더 어려워진 것도 비아파트 착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아파트 값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아파트 시장도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는 만큼 아파트는 물론, 비아파트 수요가 단기간에 살아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공급 부족에 따른 주택 시장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윤 위원은 “착공 물량 감소는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내년 이후부터 지난해 착공 감소 영향으로 주택 공급이 줄면서 주택값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지방의 비아파트 부족 이후 또다시 대규모 공급 시 집값 급락 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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