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환대출 서비스 시작
신청자 대거 몰려 조기마감 행진
수익성 낮아 역마진 우려에도
현금 이벤트 등 고객 잡기 혈안
# A 씨는 지난해 전세계약을 위해 시중은행에서 연 4.8% 금리로 2억 원을 빌렸다. A 씨는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개시된 지난달 31일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대출금리를 최대 연 3.5%까지 낮출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A 씨가 내고 있던 이자는 매월 80만 원이다. 금리가 1.3%포인트(p) 낮아지면 매월 이자가 58만 원으로 낮아진다. 남은 1년 6개월 동안 내야 하는 이자 396만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전세 보증금 2억 원에 전세대출을 1억6000만 원(금리 연 5.9%) 받은 B 씨는 전세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1000만 원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B 씨는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해 800만 원(보증한도 80% 적용)의 추가 증액(보증기관별 보증한도 이내에서 증액 가능)과 함께 연 3.7% 대출 상품으로 갈아탔다. 기존에 월 78만6667원의 이자를 내던 B 씨는 대출금이 1억6800만 원으로 늘었지만, 매월 내야 하는 이자는 51만8000원으로 줄었다.
은행권이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자 신청자가 몰리면서 조기 마감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세대출 갈아타기 상품 금리 하단이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금리가 가장 낮다.
케이뱅크의 경우 전세대출 금리 하단이 연 3.31~6.01%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카카오뱅크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33~4.61%로 평균 금리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두 회사는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되고 하루 만에 금리 하단을 각각 0.08%p, 0.1%p 낮췄다.
보다 낮은 금리로 이동하기 위한 차주(대출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경쟁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금리가 떨어지자 신청자가 폭주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1일 전세대출 대환 신청 접수가 1시간 만에 마감됐다. 은행들은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하루 접수량을 제한하고 있는데, 신청이 몰리면서 서비스를 조기 종료했다.
케이뱅크는 2021년부터 전세대출을 운영하며 쌓아온 비대면 대출 노하우를 ‘전세대출 갈아타기’에도 구현했다. 이르면 영업일 기준 3일 이내에 기존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시중은행도 전세대출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졌다. 2일 기준 시중은행의 경우 전세대출 변동금리(신잔액코픽스기준)는 NH농협은행이 연 3.65%로 가장 낮다. 이어 하나은행(연 3.73%), KB국민은행(연 3.82%), 신한은행(연 3.84%), 우리은행(연 3.97%) 순이다.
다만, 역마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변동금리의 준거가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6개월)는 3.84%다. 전세대환 대출금리가 이보다 낮아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은행들은 이를 감수하더라도 대환대출 수요를 잡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대출이동서비스에서 전세대출 한도 및 금리를 조회하고 4월 3일까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완료한 고객 전원에게 최대 3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신한 SOL뱅크’ 앱을 통해 전세자금대출 갈아타기를 완료하고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500명에게 10만 마이포인트를 지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당장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낮추고 있다”며 “오프라인 창구가 없는 인터넷은행이 금리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지만, 각종 혜택과 이벤트를 통해 가입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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