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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권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낙찰된 서울 빌라 경매 중 응찰자수 상위 10건이 모두 HUG가 임차권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포기한 물건이었다.
HUG는 전세보증 사고로 경매에 넘어간 물건 중 유찰이 잦고 채권 회수 가능액 등을 따진 뒤 임차인 대항력을 포기하고 채권 일부를 회수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될 때 법원에 인수 조건 변경을 신청한다.
HUG가 임차권 보증금을 포기한 빌라 물건들은 경쟁은 치열했지만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대체적으로 낮았다. 빌라 시세가 하락하고 전세보증금도 인수할 필요가 없어 응찰자들이 가격을 보수적으로 쓴 것으로 풀이된다.
구로구 개봉동 건물면적 28㎡ 빌라는 지난달 9일 응찰자가 23명이나 몰리면서 1억737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81.2%였다.
감정가가 2억1400만원인데, 대항력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이 1억9900만원으로 감정가와 불과 1500만원 차이였다. 이 물건은 유찰을 거듭하다 HUG가 임차권의 대항력을 포기한 뒤 경매가 변경됐다. 이후 2회 유찰 끝에 주인을 찾았다.
강서구 화곡동 건물면적 60㎡ 빌라는 경매 변경 뒤 2번 유찰을 거쳐 지난달 10일 1억7658만9000원에 매각됐다. 23명이 응찰했으며 낙찰가율은 82.52%로 집계됐다. 이 물건은 전세보증금만 2억원이었지만 HUG가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면서 응찰자들이 경합을 벌였다.
같은동 건물면적 30㎡ 빌라도 지난달 16일 22명이 응찰한 끝에 1억835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2억6200만원인데, 전세보증금은 2억6000만원으로 감정가대비 전세가격 비율만 99%에 달했다. HUG가 임차인 보증금 반환 청구를 포기하면서 물건이 팔리게 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약세로 깡통 전세물건이 일반 매매시장에서 해소되지 않고 경매시장에서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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