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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능력 부문에서 국내 2위 기업인 현대건설(000720)이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건설 사업 수주를 대폭 늘리고 있다. 4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 신재생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영역 확대 등을 통해 업계 전반에 퍼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을 8607억 원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이 잠정 집계해 발표한 지난해 영업이익 7854억 원보다 약 10%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2022년보다 36.6%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까지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셈이다. 매출은 건설 원가 개선에 따라 지난해 29조 6514억 원, 올해 29조 5934억 원, 내년 28조 4501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대규모 수주 잔고를 확보한 덕분에 이익 창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신규 수주 금액은 연간 수주 목표(29조 900억 원)를 초과한 32조 4913억 원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주택 중심의 국내 신규 수주는 19조 62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1% 줄었지만 해외 수주가 대폭 증가한 덕분에 전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해외 신규 수주는 12조 86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80.3% 증가했다.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를 견인한 건 이른바 ‘오일머니’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내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아미랄 프로젝트에서 6조 7800억 원어치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 계열) 확장 공사 등 해외 대형 건설 현장이 본격적으로 착공 작업에 돌입하면서 실적도 현저하게 증가했다. 경기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지하화 공사, GTX-C 등 수도권 교통망 건설 등 국내 대형 프로젝트도 연이어 수행하면서 지난해 전체 수주잔고는 전년(88조 3671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증가한 90조 49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조직 내 뉴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해 원자력과 태양광·해상풍력·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신한울 3·4호기 원자력 발전소 설비 공사를 수주하며 대형 원전 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분 10%를 투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제주 한림 해상풍력 단지는 올 10월 전체 준공을 앞뒀다.
현대건설은 탄탄한 재무구조와 낮은 부실 위험도를 앞세워 건설 업계에 불어닥친 부동산 PF 리스크도 무난하게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말 회사가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은 4조 5815억 원이다. 같은 시기 현대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5조 2000억 원이지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른 경쟁사보다 위험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사업장의 84%가 분양 경기가 양호한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착공 사업 물량 가운데 서울 소재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만 99%에 달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독보적인 기술과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사우디 아람코의 독점적 협력사 지위를 확보해 비경쟁 수주 계약을 노릴 것”이라며 “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핵심 기술을 고도화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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