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채권을 향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일시적으로 연 3%대 초반대로 내려왔던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하반기 들어 4%를 재돌파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다. 특히 국고채에 대한 외국인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도 하향 안정화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지난달 31일 원화채 보유잔고는 245조41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222조9766억 원) 대비 1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원화채 잔고는 올해 초 241조6739억 원에서 가파르게 증가해 11일부터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11일부터 3주간 외국인 투자자는 단 3거래일(15·19·26일)을 제외하고 순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이 사들인 원화채 금액은 3조7324억 원 수준이다. 1월 전체로 확대하면 4조6452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부터 외국인의 원화채 쏠림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9.33%에서 5월 9.70%로 단숨에 뛰어오른 뒤 가파르게 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6월 9.87% △8월 9.74% △9월 9.76% △11월 9.78% 등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이 시기 3.6%대로 올라서다 10월 연 4%대를 재돌파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달러를 기반한 환헷지 프리미엄이 높게 유지되면서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된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를 지지했다. 외국인이 달러를 빌려 국내 원화채에 투자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차액이 늘 수 있다는 의미다.
순매수가 두드러진 최근 3주 동안에는 국고채(2조2688억 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체 외국인 원화채 순매수 금액(3조3875억 원)의 절반 이상이 국고채에 몰린 것이다. 장외채권 전체 투자자 중 순매수 1위일 뿐만 아니라, 2위인 투신(2조892억 원), 3위 은행(1조8937억 원), 4위 종신(1조1530억 원)과 비교해도 200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실제로 외국인의 국채 보유비중은 2022년 초 70.3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초 85.91%로 올라서 11월 90.87%로 증가했다. 반면 특수채 보유 비중은 같은 기간 13.40%에서 9.01%로, 통안채(6.73%→5.51%)와 회사채(0.70%→0.13%) 비중도 줄었다.
외국인들이 국고채를 집중 매수하는 이유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영향도 꼽힌다. 비거주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이 국채와 통안채를 거래해 얻은 이자 또는 양도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외국인 국채 투자를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국채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고채 금리 안정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기 수요가 몰리는 통안채와 달리 국고채는 30년물을 포함한 초장기채 잔고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국채 30년 선물이 상장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인 국고채 매입이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안정적인 잔고 증가세를 전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히 미·중 외교갈등 사이 상대적인 경제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제3국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목적 유입이 증대하고 있다. 올해도 외국인의 채권수요가 지속하면서 국내 채권 금리 하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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