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가치소비 성향에 부합…품목·방식 따라 다양한 채널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고물가 고금리에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리커머스는 사용하던 물건의 중고 거래나 명품·한정판 제품 등 소장용 물건을 재거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최근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판매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국내 백화점들도 가세했다.
그러나 시장이 갑작스럽게 커지면서 사기·가품·분쟁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구매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국내 중고거래시장 30조원…품목·방식 따라 판매채널 우후죽순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이 2008년 4조원대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12년새 5배로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판매자는 쓰지 않는 물건을 처분해 돈을 벌 수 있고 구매자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중고 거래를 하나의 놀이처럼 생각해 필요한 물건은 중고라도 구매하는 MZ세대의 ‘가치 소비’ 성향에도 부합한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톱5 디지털 소비자 트렌드 2024’ 보고서에서 리커머스 2.0 시대를 올해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유로모니터는 “디지털화된 쇼핑 환경, 이커머스의 비약적인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비용 절감’ 이슈까지 더해져 리커머스 시장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거래 품목과 방식에 따라 판매 채널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당근과 번개장터, 중고나라는 개인 간 중고 거래(C2C) 플랫폼으로 중고 의류·신발·서적·장난감부터 명절 선물 되팔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은 구구스, 럭스어게인, 트렌비, 필웨이, 고이비토, 시크, 발란 등 수 십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중고 명품을 위탁 판매하거나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해준다.
구구스는 2003년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백화점 주변에 25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거래액이 2천15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구매 후 사용하지 않은 한정판 신발과 패션제품을 사고파는 ‘리셀’ 거래를 중개해왔다.
이 중 한정판 리셀 거래는 재테크 수단으로도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해 솔드아웃에서 원가격 대비 가장 비싼 값에 팔린 제품은 나이키의 ‘에어 조던 1 하이 OG SP 트래비스 스캇 프라그먼트 밀리터리 블루’ 신발로 23만9천원짜리가 20배가 넘는 500만원에 팔렸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대중적인 스니커즈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 또는 아티스트가 협업한 상품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소장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 ‘신상품 강자’ 백화점들도 리커머스시장 진출
리커머스시장이 급성장하자 백화점들도 중고 거래에 발을 담그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1년 중고나라 지분을 인수했으며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2022년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롯데백화점은 강남점에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9월 신촌점 MZ세대 전문관 유플렉스 4층에 806㎡(244평) 규모로 중고 상품 전문 매장인 ‘세컨드 부티크’를 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하루평균 평일은 300여명, 주말에는 700여명이 방문한다”며 “세컨드 부티크 이용객 중에서 20∼30대 비중이 85%를 넘는다”고 말했다.
중고품 매입 전문점 럭스어게인은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했다.
구구스는 작년 11월 현대백화점과 ‘바이백’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고객이 구매 명품을 중고로 재판매해 현금과 H.포인트로 보상받는 것이다.
오세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상다반사가 된 중고 거래는 스타트업을 넘어서 유통 대기업까지 참전하는 유통 먹거리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기·가품·분쟁 위험…감정 전문가 확보하거나 공정위·소비자원과 협약
그러나 리커머스 시장은 급작스럽게 성장하면서 사기·가품·개인 간 분쟁 위험과 같은 부작용도 동시에 양산하고 있다.
구매자가 중고품을 사겠다고 돈을 송금했는데 판매자가 상품을 보내지 않거나 벽돌 등 엉뚱한 물건을 보내온 사기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중고 명품 또는 한정판 제품으로 알고 구매했으나 가품으로 드러난 사례도 잇따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감정 전문가를 확보해 가품을 가려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구구스는 현재 75명의 검수 직원을 두고 각 분야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솔드아웃도 브랜드별 전문 검수 인력을 두고 다양한 도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품 체크 포인트를 짚어 낸다.
당근과 번개장터, 중고나라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및 한국소비자원과 ‘중고 거래 플랫폼 제품 안전·분쟁 해결 협약’을 체결해 합의안을 권고해주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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