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선명 몰입감 높여…스크린 흔들림 없고 어지러움 안 느껴져
눈 응시·손가락으로 작동…’헤드셋 무게감’ 몰입감 다소 떨어뜨려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출시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사용해 보니 애플이 왜 ‘공간형 컴퓨터(Spatial Computer)’라고 하는지 금방 알 것 같았다.
이날 현장 예약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비전 프로 체험 기회가 제공됐고,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앞 애플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직접 착용해 봤다.
매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헤드셋을 쓰고 전원을 켜자, 아이폰에 있는 것과 똑같은 애플 TV, 사파리, 포토, 영상 등의 앱들이 나타났다.
TV 앱을 클릭하자, 눈앞에 ‘고정된’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가 시작됐다. TV뿐만 아니라 모든 앱은 가상 공간의 스크린에서 시작됐다. ‘공간 컴퓨터’인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하고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형태이지만, 그보다 훨씬 큰 스크린이 눈앞의 공간에 펼쳐져 실행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영화는 집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 이상으로 밀착됐고, 이에 혼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상 하나하나는 선명했고, 스크린은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헤드셋을 움직일 때마다 스크린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진 앱을 클릭하자 대형 사진들이 지나가며 추억에 잠기게 했다. 영상을 클릭하자, 3명의 가족이 모닥불을 지피는 3D가 나왔다.
가상 공간에서 양손으로 스크린을 크게 만들자, 마치 그 속에서 함께 모닥불을 지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3D 영상의 몰입감은 컸다.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켠 뒤 스크린을 가장 크게 확대하니 ‘공룡 시대’에 들어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공룡이 쳐다보며 머리를 가까이 들이댈 때는 실제 입을 벌려 공격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공포감도 몰려왔다.
다만, 모든 영상을 비전 프로에서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기기에서 실행될 수 있는 영상으로 촬영돼야 한다고 안내 직원은 설명했다.
헤드셋은 안경을 벗고 착용했다. 그래도 화면이 희미하게 보이거나 잘 보이지 않거나 하지 않았다. 이용자 시력에 맞춰 렌즈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은 렌즈 종류만 수천 개에 달한다고 했다.
앱을 클릭하거나 스크린 위에서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은 시선을 추적하는 아이 트래킹과 두 개의 손가락이 담당했다.
우선 눈으로 클릭하고자 하는 앱이나 버튼을 응시한 뒤 엄지와 검지의 두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면 작동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과 같다.
다만, 익숙지 않은 까닭에 앱을 응시하고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되지는 않았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작동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체험 시간은 30분으로 한정돼 비전 프로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대개 헤드셋으로 영상을 볼 때 가시거리가 맞지 않아 찾아오는 어지럼증 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헤드셋 무게가 가볍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몇 분 만에 헤드셋을 벗어야 할 정도의 무게감도 없었다. 그래도 헤드셋을 쓰고 있다는 느낌은 계속 들었고 그 느낌은 TV나 영화 등 영상을 볼 때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가상의 공간에서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실행하면서도 몰입감을 더 높인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경험’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taejong75@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