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자금 상당액 여전채 투자
ELS시장 위축땐 채권시장 여파
국내 시중은행들이 고위험 파생 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카드사와 캐피털사에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ELS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상당액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에 투자하고 있어 ELS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 채권시장으로 그 여파가 번질 수 있어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자금은 약 96조 원이다. ELS 발행 규모가 34조 원 정도로 주가연계채권(ELB), 파생결합채권(DLB), 파생결합증권(DLS) 중 가장 많다. 증권사들은 이를 판매하고 모은 돈으로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채권을 사들였는데 이 중 6조 원이 여전채에 투자되고 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증권사들이 선호하는 자산이다. 발행 물량이 많아 유동성이 좋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으로 이와 연계된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잇따라 ELS를 판매 창구에서 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내 5대 은행 중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곳이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 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이며 15조9000억 원이 은행 판매 금액이다. 홍콩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물 경우 올 상반기 손실액만 5조~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은행권에서 ELS 판매를 중단하면서 수조원의 여전채 수요 기반도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카드사들은 영업자금의 65% 이상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는 만큼 시중은행의 ELS 판매 중단이 여전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여전채 금리는 하락 추세다. 지난해 말 여전채 금리가 3%대로 내려앉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카드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ELS 판매 중단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또다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 상품의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카드채도 27조 원에 육박하는 등 카드사의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전채 수요 위축으로 카드사의 자금 조달은 더욱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의 연체율 악화로 인한 대손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며 “ELS 판매 중단과 증권사 리스크로 여전채 수요가 줄어들어 자금 조달 환경 악화 등 카드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ELS 판매 중단으로 인한 여전채 시장 위축이 당장 부담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기준 채권 헤지자산 중 여전채 비중은 6.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전채 시장 규모가 83조 원에 달해 ELS 시장 위축이 여전채 수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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