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실적을 떠받치는 건설과 바이오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성공하면서다. 상사부문 매출 감소로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이 13.5% 늘어 수익성 강화에도 성공했다.
특히 해외프로젝트 매출 본격화로 ‘1조 클럽’ 진입에 성공한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내 영업이익 기여도를 36%까지 끌어올리며 실적 효자 자리를 되찾았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위축, 전쟁 등 여파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외형 성장보다는 사업별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건설·바이오가 각각 1조…영업익 ‘3조’ 눈앞
삼성물산이 지난달 31일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이 회사 2023년 전사기준 연간 매출은 41조8960억원, 영업이익은 2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420억원, 13.5% 늘었다. ‘3조 클럽’도 멀지 않은 상황이다. 순이익은 2조7190억원을 냈다.
건설 경기 위축에도 해외중심 수주전략으로 성과를 본 건설부문과 바이오의 견조한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건설부문은 매출 1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34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2.3%, 18.2% 성장한 수치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견조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1% 성장한 3조69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 증가한 1조880억원으로 건설부문과 나란히 1조 클럽 달성에 성공했다.
트레이딩 물량 감소로 상사부문은 일부 줄었으나 이외 전 부문 실적도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건설, 바이오를 제외한 부문별 매출액은 △상사 13조2660억원(전년 대비 –34.4%) △리조트 3조5740억원(6.9%) △패션 2조510억원(2.5%)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상사 3600억원(–9.3%) △리조트 1940억원(50.4%) △패션 1940억원(7.8%)을 냈다. 특히 리조트는 레저 수요 증가와 식음 신규 사업장 확대로 큰 폭의 성장률을 보였다.
4분기 삐끗…건설 올해도 ‘1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영업이익 1조원 벽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로는 1위지만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연결기준 2015년), GS건설(2018년) 등에 이은 3번째다. DL이앤씨 경우 옛 대림산업 시절(2019년) 유화부문을 포함해 영업이익 1조를 넘겼다.
삼성물산의 실적 호조는 국내외 수주 증가와 함께 카타르 태양광, 네옴터널 등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한 영향이 컸다.
단 분기별로는 개선세를 지속하던 실적은 4분기 들어서며 꺾였다. 지난해 4분기 건설부문 매출액은 4조6780억원, 영업이익 13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570억원(16.1%)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1060억원, 44.0% 줄었다.
이에 5~6%대를 기록했던 분기별 영업이익률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건설부문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1분기 6.3% △2분기 6.4% △3분기 5.7%에서 4분기 들어 2.9%로 추락했다. 전년 동기(6.0%)와 비교해도 반토막 난 수치다.
4분기 실적악화는 연간 영업이익률에도 영향을 줬다. 2022년 6.0% 기록했던 건설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4%로 0.6%포인트 감소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해외 수주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늘었으나 해외 현장 화재사고로 인한 복구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낮았던 이유는 건설부문에서 발생한 일회성 손실 때문”이라며 “아랍에미리트 복합화력 발전소 화재 공기지연 손실(850억)과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비용 증가(200억)가 선반영됐는데 둘다 환입될 것으로 보여 이익의 질은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분기 삐끗하긴 했지만 건설부문은 역대급 실적을 내며 삼성물산 내 실적 효자 자리도 되찾았다. 건설부문이 삼성물산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4.6%에서 2023년 36.0%로 1.4%포인트 늘었다.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익 기여도(영업이익 1조880억원)가 37.9%로 건설보다 소폭 높지만 어깨를 겨루는 수준이다.
해외 수주 덕 톡톡…올해는 신사업 확대 집중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성과는 해외 수주가 크게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는 1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7조원 대비 12.9% 성장했다.
당초 삼성물산은 지난해 신규 수주 목표치를 13조8000억원으로 잡았다가 상반기 만에 초과 달성해 목표액을 19조9000억원까지 높였다. 높인 목표치에는 소폭 미달했으나 이는 역대급 수주 규모다. 다만 수주잔고는 27조7240억원에 그친다. 건설부문 연간 매출액의 1.4배 수준이다.
2022년 32.4%(5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해외수주 규모 비중은 작년 45.8%로 절반 가까이 치솟았다. 삼성물산은 올해도 이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감안해 신규 수주 목표액은 지난해 보다 다소 낮은 18조원으로 잡았다. 해외 8조원, 국내 10조원을 각각 전망했다. 올해는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룹 물량 위주로 하이테크 중심 일감 전략을 지속하되, 신사업 분야 성과를 본격화해 사업구조를 고수익화 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수주에서 하이테크 목표치는 8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평택 FAB 등 예정된 투자건에 지속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EPC(설계·시공·조달)도 공항, 메트로 등에서 기술 차별화를 통한 특화상품으로 우량 프로젝트를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6조8000억원) 보다 올려잡은 7조4000억원이다.
래미안 브랜드를 보유한 주택은 ‘더 넥스트 홈(The Next Home)’ 컨셉 적용을 확대해 여의도, 상수, 압구정 등에서 내세울 만한 사업지를 수주해 시공권을 다수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목표치는 2조2000억원으로 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신사업 수주다. 삼성물산은 네옴(모듈러), 신재생(태양광) 등 신사업 분야의 수주를 적극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수주 목표치를 2조4000억원으로 12배나 올려잡았다. 사우디 모듈러 생산공장 설립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기반으로 호주 PV+ESS(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에서 사업기회를 확보하고 홈닉 등 홈플랫폼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신규수입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에너지, 스마트시티, 홈플랫폼 등 고수익 사업체계로 전환해 수주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올해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사업별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증권가에서는 올해 건설부문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건설부문 매출, 하이테크 수주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상사, 식음료 및 바이오 부문에서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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