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개미만 활개치는 한국 증시…국민연금·글로벌 ‘큰손’ 실종

서울경제 조회수  

개미만 활개치는 한국 증시…국민연금·글로벌 '큰손' 실종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에요. 수익률에 집착하는 국민연금은 해외로 나가고 있고, 외국인들은 한국의 정책 당국에 실망해 비중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지정학 리스크가 불거진 판인데…. 시계를 10년, 20년 더 장기로 잡으면 자본 시장은 더 퇴보했어요. 개미들은 투명화된 정보, 자산운용 전문가에 대한 낮은 신뢰 등이 겹치면서 직접 투자에 올인하고 있어요. 증시가 신년 들어 힘을 못쓰는 것은 이런 게 누적된 결과입니다.”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최근 한국 증시의 ‘나 홀로 부진’에 대한 진단을 부탁하자 이렇게 쓴소리를 날렸다.

개미만 활개치는 한국 증시…국민연금·글로벌 '큰손' 실종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대형 헤지펀드를 비롯해 글로벌 국부펀드 일부가 한국 증시의 투자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초부터 기관투자가들이 7조 원가량을 투매한 가운데 장기 투자에 치중하는 외국인도 투자금의 상당액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올 들어 코스피가 5.96%(31일 기준), 코스닥은 7.77% 빠져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배당 체계 등을 주주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큰손 투자자의 신뢰를 제고할 정책 마련 등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31일 코스피 시장은 전일 대비 0.07% 하락한 2497.09, 코스닥은 2.40% 빠진 799.24로 각각 마감했다. 이날 하락은 기관이 1270억 원어치를 매도한 것이 결정타였다. 특히 코스닥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800선이 붕괴됐다.

맥을 못 추는 한국 증시에는 심각한 수급 문제가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를 계기로 국부펀드 등 일부 외국계 기관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기 투자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에서 외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는 와중에도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7820억 원(삼성전자(005930) 대주주 일가 블록딜 물량 2조 1689억 원 제외)에 불과하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롱쇼트(매수·공매도) 전략이 불가능해지자 한 미국계 대형 헤지펀드가 국내 비중을 대거 줄이고 일본과 인도로 자금을 배분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기관투자가는 한술 더 뜬다. 올해 들어 6조 8905억 원어치를 처분했다. 증권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상장사의 혁신 유인, 재형저축 부활 등은 (투자 기반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편으로 공매도 금지 등 모르핀 주사 같은 충격요법보다는 시장에 신뢰를 주고 거래를 늘릴 세제 혜택 등에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개미만 활개치는 한국 증시…국민연금·글로벌 '큰손' 실종

해외로만 도는 연기금…자본시장 낮은 신뢰에 투기장 전락 위기

실제 올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한국 증시 외면은 심각하다. 당장 팬데믹 시절(2020년 3~5월, 코스피 시장서 5조 원순매수)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만 해도 올들어 72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중기자산배분계획을 보면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은 작년 15.9%에서 올해는 15.4%, 내년은 15%로 줄어든다. 축소된 주식 비중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게 더 문제다. 국민연금 투자에 정통한 한 인사는 “실제로는 지난해 전체 운용 자금 가운데 14.1%(11월 기준)만 국내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현 시점을 국내 주식 저가 매수 적기로 본다면 적어도 전체 자금의 1%가량은 당장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11월말 해외 주식 투자 금액은 총 303조 3000억 원으로 전체 투자금의 30.4%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이를 337조 9000억 원(33.0%)까지 늘릴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의 한 인사는 “지난 2022년 원·달러 환율 급등기에도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로 원화 가치가 더 폭락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증시 급락기에 한국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연기금이 외면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임원은 “국민연금으로서는 수익률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증시 하락을 빌미로) 연기금의 팔을 비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조만간 다른 매매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는 “무차입 공매도금지에서 더 나가 공매도 전면 금지가 이뤄지면서 롱숏 전략을 쓸 수 없게 된 장기 해외 투자자들이 일부 짐을 싼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수수료 장사로 손쉽게 수익을 거뒀던 증권·자산운용 업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하락도 자본 시장을 더 허약 체질로 만들고 있다. 지난 2020년 112조 원에 달했던 공모펀드 설정액은 주가지수도 못 따라가는 수익률 탓에 지난해 3월 100조 원 선을 내줬다. 반면 개인이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는 120조 원까지 커졌다. 실제 2000년내 초반만 해도 가장 인기였던 리서치 부서는 이제 기피 부서가 됐다. 간접 투자 시장이 망가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믿을 만한 기관 전문가들이 실종되면서 펀드 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개인 소액 투자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면서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기관 21.01%, 30.84%에 달했던 코스피 시장의 기관과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18.08%, 25.63%까지 떨어졌다. 개인 비중만 46.68%에서 52.24%로 수직 상승했다. 외국인 비중은 올 들어 더 떨어져 24.32%까지 내려갔다.

한 증권사 임원은 “근로자 재형저축 등 월 적립식 투자 상품 시장이 커져야 증시 기반이 탄탄해진다”며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근로자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재형저축 부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상향 등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증권가에서는 나온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경제] 공감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NH농협은행, 농촌 학생들과 '초록사다리 여름캠프' 개최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겨울철 대표 별미! 쫀득쫀득한 과메기 맛집 BEST5
  • 바삭한 튀김 옷과 부드러운 살코기, 감칠맛 넘치는 소스까지! 옛날 돈까스 맛집 5곳
  •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찬미, 솥밥 맛집 BEST5
  • ‘맛’ 하면 떠오르는 지역, 여수 맛집 BEST5
  • ‘라이온 킹’ 스핀오프 ‘무파사’, 크리스마스 시즌 공략
  • [데일리 핫이슈] 44세 배우 이정현 둘째 출산, 아일릿 ‘뉴진스 아류’ 주장에 소송 외
  • [맥스포토] 정유미, 10년 만에 로코로 돌아온 윰블리
  • [맥스포토] 정유미·주지훈, 철천지원수 커플로 호흡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장민호, '트롯챔피언:히든트랙' 2연승 도전

    연예 

  • 2
    이재명, '민주당 아버지' 이어 '신의 종' 됐다…前배우자실장 "고귀한 싸움" 운운

    뉴스 

  • 3
    한화 김승연 회장, 그룹 모태 보은사업장 찾아 임직원 격려

    뉴스 

  • 4
    이찬원, KGMA 5관왕 영예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연예 

  • 5
    룰라 ‘비밀은 없어’ [Z를 위한 X의 가요㉛]

    연예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지금 뜨는 뉴스

  • 1
    LG엔솔, 베어로보틱스 서빙·물류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 공급

    차·테크 

  • 2
    ‘런닝맨’ 지석진 찜쪄먹은 주현영X지예은, 시청률 4.2%

    연예 

  • 3
    TWS 콘셉트 변천史...첫 만남부터 졸업까지

    연예 

  • 4
    갓세븐 제이비, 자작곡 13곡으로 꽉 채운 ‘아카이브 원’

    연예 

  • 5
    조승우, 일면식 없던 여배우 응원하더니…결국 만나 팔짱 인증

    연예 

[경제] 추천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NH농협은행, 농촌 학생들과 '초록사다리 여름캠프' 개최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겨울철 대표 별미! 쫀득쫀득한 과메기 맛집 BEST5
  • 바삭한 튀김 옷과 부드러운 살코기, 감칠맛 넘치는 소스까지! 옛날 돈까스 맛집 5곳
  •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찬미, 솥밥 맛집 BEST5
  • ‘맛’ 하면 떠오르는 지역, 여수 맛집 BEST5
  • ‘라이온 킹’ 스핀오프 ‘무파사’, 크리스마스 시즌 공략
  • [데일리 핫이슈] 44세 배우 이정현 둘째 출산, 아일릿 ‘뉴진스 아류’ 주장에 소송 외
  • [맥스포토] 정유미, 10년 만에 로코로 돌아온 윰블리
  • [맥스포토] 정유미·주지훈, 철천지원수 커플로 호흡

추천 뉴스

  • 1
    장민호, '트롯챔피언:히든트랙' 2연승 도전

    연예 

  • 2
    이재명, '민주당 아버지' 이어 '신의 종' 됐다…前배우자실장 "고귀한 싸움" 운운

    뉴스 

  • 3
    한화 김승연 회장, 그룹 모태 보은사업장 찾아 임직원 격려

    뉴스 

  • 4
    이찬원, KGMA 5관왕 영예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연예 

  • 5
    룰라 ‘비밀은 없어’ [Z를 위한 X의 가요㉛]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LG엔솔, 베어로보틱스 서빙·물류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 공급

    차·테크 

  • 2
    ‘런닝맨’ 지석진 찜쪄먹은 주현영X지예은, 시청률 4.2%

    연예 

  • 3
    TWS 콘셉트 변천史...첫 만남부터 졸업까지

    연예 

  • 4
    갓세븐 제이비, 자작곡 13곡으로 꽉 채운 ‘아카이브 원’

    연예 

  • 5
    조승우, 일면식 없던 여배우 응원하더니…결국 만나 팔짱 인증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