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한화證 등 IPO 중심 ECM 강화
금감원 고강도 관리…사업 체질개선 지속
증권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황 속 부침을 겪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PF 고강도 관리를 예고하면서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비(非)부동산 분야인 기업공개(IPO) 등 전통적 IB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해 증권사들은 IPO를 중심으로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IPO 등 전통 IB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 회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당국이 부동산 PF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사장단이 모인 간담회에서 PF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할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일부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경영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증권사가 부동산 PF 관련 수수료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도한 부동산 위주의 영업에 제동을 걸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PF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고 PF에 치우친 사업 구조가 당국의 비판을 받으면서 증권사들이 IPO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에이피알의 상장을 위해 회사 내 IPO 1부와 2부의 핵심 인력을 모두 관련 업무에 투입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올해 1호 코스피 상장 예정 기업이자 기업가치 1조원에 도전하는 대어급으로 신한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다.
내달 중 성공적인 상장이 이뤄질 경우 신한투자증권의 ECM 주관 경쟁력도 한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증권도 에이피알 IPO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그간 IB 분야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와 국내 PF 사업에 집중해왔다. 이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전통 IB 부문이 약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지난해 연말 전통 IB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한 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모습아다.
하나증권은 전날인 30일 DCM·ECM 전문가인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IB그룹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전통 IB를 위한 외부 인력 수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첫 IPO 성사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입자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에이트를 통해 2년 연속 IPO 단독 대표 주관에 나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월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 티이엠씨를 상장시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IPO 단독 대표 주관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충당금 적립 등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 우려가 커졌지만 IPO 실적 달성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새해 IPO는 PF와 달리 경기 회복 기대감과 공모주 투자 열기로 활황을 보이면서 시장 전망이 밝아진 상황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실장은 “올해도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증권업의 자기자본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IB 부문에서도 PF 채무보증 부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경기 회복 기대로 인해 IPO 등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