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오는 31일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사들의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지주사별로 실적 흐름은 엇갈리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 ‘상생금융’의 반사영향으로 실적 제고에 어려움을 겪은 금융지주사들 앞에 올해는 홍콩ELS(주가연계증권)‧충당금 이슈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 등의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선방 속 희비 엇갈린 금융지주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장조사기관과 증권업계 내부에서 예측한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연간 실적 컨센서스는 15조686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대 금융지주의 연간순익(15조7312억원) 대비 약 450억원(0.3%) 가량 감소한 수치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우선 KB금융은 시장의 예측대로 전년도 신한금융에 빼앗겼던 리딩금융 왕좌를 탈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에서 예측한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은 4조8698억원으로 지난 2022년 실적(4조3948억원) 대비 10.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8500억원을 넘어선 ‘효자’ KB국민은행의 실적 개선, 그리고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전반적인 실적 제고의 여파로 1년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재탈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들은 실적 제고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22년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쥔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2022년(4조6423억원) 대비 3.2% 줄어든 4조4938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고, 하나금융은 전년 대비 소폭(0.15%) 늘어난 3조5578억원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우리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실적 악화 그리고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 여파 속에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한 2조7652억원의 연간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 추이는 다소 엇갈렸지만 유일한 ‘두 자릿수 대 성장률’을 기록한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3사도 실적 방어에는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전년 대비 0%대의 감소 폭을 고려하면 나머지 3대 금융지주 또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실적을 평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3조6046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649억원) 대비 약 2600억원의 격차를 보인 바 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의 전년 대비 격차가 700억원대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실적 격차를 4분기에 다소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향 조정’된 실적 전망치, 결과는 과연?
다만,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연간 실적 전망치의 변화 흐름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주기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예측해 발표하는데, 대부분 큰 변화 없이 사실상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실적 컨세서스는 기존 예상치 보다 대부분 실적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특히 그 배경이 일회성 요인의 영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업계 안팎에서 예측한 4대 금융지주의 연간 당기순이익 컨세서스는 지난 2022년 실적(15조7312억원) 대비 6000억원원 가량 증가한 16조3114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 공개된 실적 전망치는 15조6866억원으로 7000억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당초 연간 당기순익 기준 사상 최초의 ‘5조 클럽’ 가입(5조506억원)이 예상됐지만, 한달 여 사이에 4조8698억원으로 예상치가 약 9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신한금융의 연간 실적 전망치의 경우 당초 4조6662억원에서 4조4938억원으로 1700억원 가량 감소했다. 하나금융 또한 당초 전망치(3조7045억원)보다 1500억원 수준 컨세서스가 줄었고, 우리금융 역시 2조8903억원에서 2조7652억원으로 1200억원원가량 전망치가 낮아졌다.
이같은 실적 전망치 감소의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 발표된 소위 ‘상생금융 시즌2’, 그리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거론된다.
현재 금융당국 주도의 상생금융 행보에 맞춰 4대 금융지주가 이자캐식백 조치에 투입한 자금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약 70%(9100억원)~80%(1조400억원) 가량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영 비중에 따라 연간 실적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 태영건설 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도 실적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부실채권화 될 우려가 있는 PF대출에 대한 충당금 추가 적립이 예상되는데, 업계 안팎에선 4대 금융지주의 관련 충당금 규모가 약 2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 충당금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립된 충당금 규모 만큼의 당기순이익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전한 변수에 올해도 ‘안갯속’
일단 업계에서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상 예상치 못한 일회성 요인에 따른 감소세인 만큼 올해 실적에까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태영건설에 내준 주요 시중은행의 부동산PF대출은 대부분 규모나 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권 내부의 공통된 시작이다. 여기에 올해 고금리 기조의 종료, 추후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금융당국 발 상생 금융압박도 지난해보다는 다소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현장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홍콩H지수 ELS의 손실 사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부동산PF 위기가 주요 금융지주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홍콩ELS 사태의 경우 자칫 상품을 판매했을 당시 은행의 CEO(최고경영자) 등 일부 경영진에 대한 징계 이슈로까지 번질 경우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상품 판매 당시 은행장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현직 행장 나아가 지주사 회장직을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사채 시장의 회복과 이에 따른 기업대출 감소, 여전히 보수적 기조의 충당금 적립을 권고 중인 금융당국의 압박 등은 올해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내외부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