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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으로 가자”…국내 증시서 짐 싸는 개미들

이투데이 조회수  

서학‧일학개미가 된 국내 투자자
국내 투자자예탁금‧CMA 잔고는 감소
미국‧일본 증시 상승 랠리에 자금 유출세 두드러져

“해외 주식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나요. 모두 국장에서 나오세요”

“20년 가까이 박스피인 국내 증시보다 해외 주식 투자가 나은 것 같네요”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보다 미국과 일본 증시에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봐서다. 자금 이탈세가 심화하며 국내 증시가 지수 ‘하락→자금 유출’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도입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돼 장기적으로는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미국 증시에서 120억9218만 달러(약 16조 원) 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9억8643만 달러)보다 34.56%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서학개미 사이에서 저가 매수 기회로 입소문 난 테슬라, 테슬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주로 사들였다.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올해 일본 증시에서 총 3억4152만 달러 사들여 지난해 같은 기간(6075만 달러)보다 매수 규모가 5배 넘게 늘었다.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해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과 닛케이 관련 ETF를 많이 사들였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만 해도 59조 원에 달했던 투자자예탁금은 26일 기준 49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연초 75조 원에서 70조 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는 증시 대기 자금으로, 증시 자금 유입 정도를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자금 유입과 이탈세는 증시 흐름과 연관이 깊다. 국내 증시는 연초 들어 지지부진하지만,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는 강세를 보이자 개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셈이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올해에만 5% 넘게 떨어졌다. 반면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지수들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9% 오른 3만8333.45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76% 오른 4927.93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 증시도 미국과 동조화한 흐름을 보이며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에만 30% 넘게 올랐다. 올해에는 3만7000선에 근접한 3만6984.51까지 오르며 34년 전 거품 경제 당시 3만8000선을 넘긴 최고치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에 주가 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등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쓴 영향이다.

이에 국내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자금 유출세를 우려하면서도 지난해 일본처럼 국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원회가 3월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일본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프로그램과 유사해 한국에서 유사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들도 PBR 제고 방안으로 주로 주주환원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업황 및 현재 실적, 주주환원 가능 여력 등이 반영되며 수혜 업종은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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