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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격형이요?” 투자성향 몰라도 ELS 가입…은행 해피콜 ‘무용지물’

데일리안 조회수  

투자 성향 대리분석 의혹 ‘일파만파’

형식만 갖춘 해피콜…실효성 의문

은행 뒤늦게 ELS 판매 중단 잇따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가입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가입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은행원의 권유로 초고위험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한 고객은 은행의 해피콜(본점 전화 확인)을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년간 안전한 예·적금 위주로 자산을 굴려온 그의 투자 성향이 ‘공격투자형’이란 이야기를 해피콜로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느낀 고객은 해피콜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을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곧이어 판매 은행원에게 “다시 전화가 오면 ‘공격투자형’이 맞다고 답하면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오랜 기간 친분이 쌓인 은행원을 신뢰한 고객은 두 번째 해피콜에서 시키는 대로 답해 ELS에 최종 가입됐다.

은행들이 고위험 파생상품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불완전판매를 걸러내기 위해 도입된 해피콜도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해 소비자 보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ELS의 올 상반기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자 은행들은 뒤늦게 ELS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30일 데일리안이 입수한 은행 ELS 가입자의 해피콜 녹취 파일에 따르면 ‘공격투자형’으로 나온 투자 성향 분석 결과를 확인하는 질문에 고객은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고객에게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작성하게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의 투자 경험과 가장 가까운 것’을 묻는 질문에 관한 답으로 ①국내외 주식형 펀드, 레버리지·리버스 인덱스 펀드 ②일반 인덱스 펀드, 상장지수펀드, 원금 비보장 ELS ③혼합형 펀드, 회사채, 기업어음 ④채권형 펀드, 원금 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⑤국채, 은행 예·적금 등의 보기가 주어지고 고객이 직접 체크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투자 성향 결과는 ▲안정형(무위험) ▲안정추구형(저위험) ▲위험중립형(중위험) ▲적극투자형(고위험) ▲공격투자형(초고위험) 등 총 5가지로 구분된다. 이때 ELS처럼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투자 성향 결과가 ‘공격투자형’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첫 번째 해피콜에서 고객이 본인의 투자 성향을 몰랐다는 점은 직접 투자 성향을 분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은행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해당 고객은 “해피콜에서 (저의) 투자 성향이 ‘공격투자형’이라고 하길래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은행원에게 다시 설명을 들으라고 했다”면서 “곧바로 (ELS에 가입시킨) 은행원에게 연락이 왔는데, ‘공격투자형’이 뭔지 설명하는 게 아니라 ‘공격투자형’에 대한 설명을 잘 들었다고 대답을 해줘야 본사에서 승인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원은 처음 가입할 때부터 본사에서 확인 전화가 갈 거니까 대답 좀 잘해달라고, 그래야 본인 인사고과가 높아진다고 신신당부했다”면서 “평소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은행원이 하라는 대로만 했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할지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투자자 정보 분석 결과 이미지.ⓒ제보자 제공 투자자 정보 분석 결과 이미지.ⓒ제보자 제공

특히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해피콜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일고 있다. 가입자가 해피콜에서 본인의 투자 성향을 모른다고 답했는데도, 투자 성향 재검사나 영업점 방문 등 상품 설명을 보충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홍콩H지수의 부진으로 관련 ELS에 가입한 고객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설명·녹취와 해피콜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해피콜이 절차만 지켜졌고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이 같은 주장은 자가당착에 불과하단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은행원들이 ELS와 관련해 무리한 영업에 나선 배경으로는 판매 실적과 연동된 인사평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고위험 ELS 판매 실적을 높은 비중으로 반영하면서 은행원들의 공격적인 영업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실시한 현장·서면 검사에서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달 초 관련 브리핑에서 “통상 은행권 KPI가 1000점 만점인데, 고위험 ELS나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주요 지표 점수 비중이 30~40% 정도”라며 “특히 KB국민은행 같은 경우 1000점 만점에 약 410점이 ELS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뒤늦게 부랴부랴 ELS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홍콩H지수 ELS의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모든 ELS의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시장 상황을 지켜본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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