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작년 4분기 큰폭 실적 감소…프리미엄 중심 삼성SDI는 선방
올해도 녹록잖은 한해 될듯…하반기부터 ‘북미발 훈풍’ 기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세 둔화가 후방산업인 이차전지 업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작년 4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를 보였고, 조만간 실적이 발표되는 SK온도 여전히 적자를 탈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삼성SDI는 업황을 상대적으로 덜 타는 프리미엄 차종 위주의 제품 공급 덕분에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기차 보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당분간 성장세가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오는 11월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럿 존재해 업계는 올 한해 경영 환경이 만만찮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 K-배터리 작년 4분기 실적감소 뚜렷…삼성SDI ‘그나마 선방’
삼성SDI는 30일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작년 대비 12.8% 증가한 22조7천83억원, 영업이익은 9.7% 감소한 1조6천3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연간 매출은 사상 최대를 달성했지만, 최근 업황을 반영하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6.5%, 직전 분기보다는 37.1% 각각 감소한 3천11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 전기차용 각형 전지만 따로 놓고 보면 고급 차종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0% 수준의 성장을 보였다고 삼성SDI는 밝혔다.
지난주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 부진이 뚜렷했다.
4분기 매출은 8조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직전 분기보다는 2.7% 감소했다. 영업이익(3천382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2.5% 늘었으나 직전 분기보다는 53.7% 줄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2천501억원을 뺀 4분기 영업이익은 800억원대 수준이다.
다만 연간으로는 매출이 전년보다 31.8% 증가한 33조7천455억원, 영업이익은 78.2% 커진 2조1천63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내달 6일 실적을 발표하는 SK온은 작년 4분기에도 적자 폭은 축소하겠으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K온의 작년 3분기 영업손실은 861억원이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외부 여건이 썩 좋지 않아 가봐야 알 것”이라며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 연초부터 테슬라發 악재…전기차 생산 속도조절도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터리업계도 연초부터 출발이 밝지 않았다.
테슬라가 앞서 지난 24일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실적을 내놓으면서 올해 판매 성장률이 작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배터리 업종의 주가가 크게 휘청거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5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드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자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제너럴모터스(GM)도 투자 규모 40억달러(약 5조3천500억원)의 전기 트럭 공장 개설을 1년간 연기한다고 밝히는 등 주요 완성차업체가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IRA상 배터리 부품 요건이 강화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종이 크게 줄어든 것도 전기차 수요 성장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가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배터리 판매단가가 내려가고, 그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지속되는 것도 우려되는 요인 중 하나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고점 대비 80%가량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위협적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CATL이 78.4GWh(기가와트시)로 1위인 LG에너지솔루션(78.5GWh)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도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IRA를 비롯한 전기차 관련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비판하며 “전기차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훨씬 적은 노동자가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면서 “전기차는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 투자·기술개발은 지속…내실 다지는 시간으로
다만 주요 완성차업체가 보급형을 포함한 전기차 신모델을 계속 출시할 예정이고,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차 침투율이 낮은 북미에서 수요 성장세가 커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는 만큼 국내 배터리업계는 예정된 투자와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삼성SDI 중대형전지 담당 박종선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북미는 IRA 정책 수혜로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연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며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은 단기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가 예정돼 있어 이를 준비하는 모든 완성차업체의 전동화 가속 전략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약 10조9천억원을 북미 중심의 신규 생산능력(CAPA·캐파) 증설 등에 집행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캐파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이창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 26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GM 합작법인(JV) 2기와 현대차 인도네시아 JV 프로젝트는 예정된 일정대로 준비해 안정적인 양산을 준비 중”이라며 “내년 이후 계획된 GM JV 3기, 스텔란티스 JV, 혼다 JV 등의 프로젝트들도 변함없이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은 현재 양산 중인 파우치형 배터리에 이어 각형 개발을 완료해 시제품 생산까지 마쳤고, 여기에 더해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원통형 배터리까지 상당 부분 개발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최근 공식 확인하며 시장 수요에 맞춘 폼팩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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