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가 그래픽용 고성능 D램 ‘GDDR7’ 개발 성과를 최초로 공개한다. 앞서 시장 선점에 나선 삼성전자를 맹추격, 기술 전환에 대비하고 D램 점유율 격차 좁히기에 전력을 쏟는다.
30일 국제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달 18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GDDR7 D램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번 학회에서 GDDR7 D램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뿐이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35.4Gbps(기가비피에스)의 속도를 내는 16GB GDDR7 D램에 대해 다룬다. 삼성전자가 작년 8월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칩과 용량은 같지만 구현하는 속도(32Gbps)를 개선한 제품이다. 다만 삼성전자도 ISCCC에서 속도를 더 높인 37Gbps GDDR7 D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본보 2024년 1월 29일 참고 삼성전자, '초당 1.5TB 데이터' 차세대 D램 GDDR7 연내 출시 '속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PAM3 신호 방식’을 활용해 GDDR7 D램의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실현했다. PAM3 신호 방식은 기존 NRZ 방식보다 동일 신호 주기에 1.5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저전력 클로킹 설계를 적용해 칩 전력 소모를 줄였다.
SK하이닉스가 공식 석상에서 GDDR7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2년 2분기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GDDR6를 1~2년내 GDDR7으로 전환해 그래픽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작년 말까지 GDDR7 개발을 완료하고 올 상반기 내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시장과 소통해왔지만 대외적으로 개발 현황 등을 알리진 않았었다.
제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양산 로드맵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SK하이닉스는 계획대로 올 상반기 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말 GDDR7 D램을 양산·출시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약 6개월 앞선 셈이다. 양산과 출시 관련 해석 차이가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은 이를 통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은 삼성전자가 한 발 앞섰으나 양산 시점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빠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강점을 가진 HBM과 함께 GDDR 분야까지 기술 우위를 점해 차세대 D램 시장 경쟁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차이를 줄여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각각 39.4%, 35%의 점유율로 D램 시장 1·2위를 기록했다. 점유율 격차는 1분기 18.1%p에서 3분기 4.6%p까지 대폭 줄었다.
GDDR7 D램은 향상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제품이다. 동영상·그래픽 처리에 특화돼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주로 쓰인다. 인공지능(AI) 칩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비 성능은 떨어지지만 개인이 이용하는 게임용 GPU에는 대부분 GDDR이 쓰인다. GPU를 넘어 AI, 고성능컴퓨팅(HPC), 자율주행차 등으로 활용처도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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