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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건설 형제, 해외수주 4년만에 ‘삼성’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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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에서 삼성그룹 경쟁사들을 제쳤다. 수주액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삼성그룹 건설사와 비교해 전체 수주액이 늘어나는 추세인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지난해 건설업계 해외 수주액의 절반 이상이 그룹 내부 공사여서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건설사 해외건설 수주 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현대건설·현대엔지 해외수주 작년 2배 이상 성장

3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333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95개국에서 총 606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 중 부동의 1위는 지난해 71억5300만달러(한화 약 9조5600억원, 29일 환율 1336원 기준)를 수주한 삼성물산이 차지했다. 삼성전자 해외 반도체공장 등 수년간 계열사 일감을 안정적으로 수주해 3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법인의 테일러반도체공장 추가공사(23억3700만달러)와 대만 아오지디 프로젝트(6억1200만달러)등으로 선두자리를 확고히 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지난해 69억4200만달러(약 9조2800억원)를 수주해 삼성물산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며 2위에 올라섰다. 현대건설은 2022년에는 해외수주액으로 4위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2023년 최대 규모인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짜리 사우디 최대 규모 석화학단지(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 건설사업을 따내는 저력을 보이며 순위를 2계단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12월 사우디 지푸라 지역 가스 플랜트 2단계 확장 공사를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각각 약 11억8400만달러(1조5300억원) 규모로 수주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실적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1위 탈환에는 실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3억7900만달러의 해외수주를 달성해 3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2022년(33억9500만달러)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한 실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SK온과 현대자동차 합작사인 미국 조지아 배터리공장 신설 계약(12억달러)을 비롯해 미국 HMGMA 현대차 신축공사(6억7100만달러), 인도 푸네 현대차 신축공사(1억5100만달러) 등 그룹사 물건을 대거 유치해 수주 규모를 키웠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엔지니어링 수주 실적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2022년 삼성물산에 이어 2위 자리를 수성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7300억달러 어치 일감을 수주하는 데 그쳐 5위로 내려앉았다. 4위는 SK에코플랜트 자회사인 SK에코엔지니어링(19억1600만달러)이 차지했다. 해외건설 수주서 삼성그룹 제친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vs 현대차그룹 건설사 해외수주 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그룹사 합산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그룹(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133억2100만달러로 삼성그룹(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88억9200만달러보다 약 1.5배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그룹 해외수주 합산 규모는 2021년 62억9500만달러에서 2022년 60억9100만달러로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2023년 133억2100만달러로 2배 이상 치솟으며 현대차그룹 건설사가 삼성그룹을 제치고 해외수주 ‘왕좌’자리를 4년 만에 되찾았다. 

반면 삼성그룹의 경우 2021년 105억3000만달러에서 2022년 93억6600만달러, 2023년 88억9200만달러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꾸준한 그룹사 물건 수주에도 불구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의 화공플랜트 수주 실패 영향이 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알제리 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14억달러),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확장사업 등 수주경쟁에서 경쟁사에 밀렸다.

또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40억달러)도 발주처의 재입찰 요구에 해를 넘기면서 당초 수주 목표였던 12조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룹사 물건 대다수…해외수주 질 문제 지적도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과 그룹사 물건에 해외수주가 집중되며 수주 질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등 그룹사가 떠먹여준 해외 수주액이 전체 수주액의 3분의 1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전체 29%, 95억달러)를 제치고 전체 수주의 30%(99억8000만 달러)를 미국에서 수주했다. 해외 수주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0.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관련기사: 작년 해외건설 수주 333억달러…미국 첫 1위(1월8일)

이는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등으로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하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공장 신축, 증설에 나서면서다. 지난해 북미·태평양 지역 수주액의 88.5%인 91억2000만달러가 국내·외 제조사의 현지 생산설비 건설 공사로 채워졌다. 

해외건설 수주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다른 나라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그룹사 수주 물량은 100억달러를 넘어선다. 그룹사 공사를 제외할 경우 작년 해외건설 수주 물량은 2019년(223억 달러) 수준인 200억 달러대로 떨어진다. 순수한 해외건설 수주 실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해외수주에서 그룹사 공사 비율이 30%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엔 크게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건설업 불황기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회사의 전략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각국의 공공 인프라 투자정책에 의한 성장 요인과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 성장 저해 요인이 혼재된 시장이 지속할 전망”이라며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장기화,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해외 투자 위축, 국내 건설과 금융권 유동성 문제 등으로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활동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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