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대책에도 수요·공급 동반 위축
부동산 PF 부실 불안감…건설업 연쇄부도 우려도
당장 금리 인하 가능성↓, 관망세·침체 분위기 지속
정부가 연초부터 주택거래 정상화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각종 악재가 맞물려 전반적인 시장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어려워 보인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2로 한 달 전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각종 대출 규제와 주택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며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1·10대책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앞서 29일부터는 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부의 신규 정책모기지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저 연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 가능한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시와 함께 신청자가 몰리며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일부 매수심리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시장 지표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1월 4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떨어지며 9주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1로 여전히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
건설경기 회복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태영건설에서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PF 대출과 유동성 지원 방안을 내놨다. PF 대출 보증 25조원을 공급하고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대출 전환을 기존 3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지원책에도 주택공급업체들이 바라보는 업황 전망은 암울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조사한 결과, 1월 서울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5.9로 한 달 전 대비 8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같은 기준 9.5포인트 하락한 60.6으로 집계됐다. 전국 자금조달지수는 66.1로 같은 기준 5.5포인트 하락했다.
최덕철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을 중심으로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서 재원조달 여건이 불안정해졌다”며 “시멘트 공급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원 수준이다. 이 중 만기가 연장된 PF는 약 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이 모두 위축돼 정부 정책으로 단기간 시장 회복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금리 인하를 점치기 힘들고 시장 침체로 각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악화한 만큼 수요도 공급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거란 견해다. 오는 4월 총선도 변수로 꼽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가 급속도로 인상될 때보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덜할 뿐 매수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금리”라며 “다만 올 상반기에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시장 관망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가 차츰 현실화하는 만큼 부동산 PF 부실 위기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적체된 미분양을 해소할 만한 방안이 더 나와줘야 한다”며 “고금리와 각종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되면서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데 공급이 살아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