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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짓누르는 상속세] 정의선·김동관·정기선 주식 상속세 3.3조…최대 782년 일해야 납부

아주경제 조회수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가 재계 세대교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대 60%에 달하는 오너일가의 주식 상속세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근로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결국 △투기자본의 기업 사냥 △경영 불안정 △편법 승계로 인한 주주 피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그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수백 년을 일해도 마련하기 힘든 수준의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셀트리온, 하림, SM그룹 등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회사일수록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높은 성장세로 주식 상속세 급격히 늘면서 상속세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공법만 고집했다가는 최악의 경우 회사가 국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에게서 현대차그룹을 이어받기 위해 필요한 지분 상속세는 현재의 기업가치 기준으로 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 명예회장이 가진 현대자동차 지분 5.39%, 현대모비스 지분 7.19%에 대한 상속세다. 상속세 과세표준 3억원 이상의 상속세율 50%와 최대주주 상속할증 20%가 적용된 액수다.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상속세는 더 늘어나게 된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과 현대모비스에서 받는 연봉은 지난해 기준 약 76억원이다. 근로소득으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28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지분만 승계받기 위해 필요한 상속세로 정 명예회장이 남긴 다른 재산을 상속받으려면 최대 3조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한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은 김 회장이 가진 한화 지분 22%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기업가치 기준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는 약 2562억원이다.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과 한화솔루션 등에서 받는 연봉은 약 75억원으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34년이 소요된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 행보를 본격 시작한 정기선 부회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HD현대 지분 26%를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8600억원의 상속세가 발생한다. 2022년 기준 정 부회장 연봉은 11억원으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약 782년을 일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근로소득을 크게 넘어서는 다른 소득원을 마련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는 온전한 승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 3~4세 경영인들이 취할 방법은 대규모 대출, M&A(인수합병)를 통한 지분 희석, 지분 현물납부 및 매각 등이 있다. 다만 모든 방법이 큰 부작용과 함께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라 상속세 마련이 그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삼성그룹의 경우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동원해 승계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엘리엇 등 투기자본의 경영권 강탈 시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M&A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체가 범죄집단으로 지목당하면서 장기간 투자 시계가 멈추기도 했다.
 
또 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매번 ‘의도적 지분가치 하락’ 의혹이 불거진다. 삼성과 LG 모두 이 같은 의혹으로 인해 각종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야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국내 주요 경제단체는 “과중한 상속세는 소득재분배 효과보다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상속세율을 OECD 주요국 수준으로 낮추고 과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각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각사]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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