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마트 들리면 ‘마감할인 타임’이에요. 치킨 한 마리가 2만 원이 넘는데, 마트에서 가성비·가심비 다 챙겨서 일거양득이죠.”
지난 금요일 오후 7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델리(즉석식품) 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김정현(33·서울 용산구)씨는 ‘뉴한통가아아득 치킨’을 자랑하듯 들어보였다. 정상가는 1만5900원인데, 마감할인 덕에 1만1130원에 구매했다. 퇴근 후 장보기를 즐기는 김 씨는 델리코너에서 마감할인 제품 사냥을 즐기는 ‘스마슈머(Smart+Consumer : 똑똑한 소비자)’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김 씨처럼 마트·편의점의 마감할인을 챙기는 스마슈머가 늘고 있다. 특히 인기코너는 대형마트의 델리코너인데, 당일 생산·당일 판매가 원칙이라 신선도가 월등하다. 대형마트는 통상 오후 7~8시에 마감할인 가격표 교체(라벨링) 작업이 이뤄진다. 대형마트 A사 관계자는 “점포마다 델리코너 재고상황이 달라서, 마감할인 시점은 전적으로 점포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객의 소비 패턴을 면밀하게 파악해 마감할인 전에 팔리도록 재고관리를 한다”면서도 “마감할인 상품을 찾는 고객들도 많아서, 요즘은 델리코너가 마트 여러 코너 중 유독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마감할인 제품을 즐겨 찾는 스마슈머는 무엇보다 할인된 제품의 질과 양이 정상가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만족도가 높다. 또 점포 영업마감 시간에 다다를수록 할인율이 높아지기에, 조금이라 더 늦은 시간대에 찾는 소비자도 많다. 앞서 김 씨와 같은 매장에서 초밥 세트를 구매한 도지원(가명·35·서울 중구) 씨는 “보통 8시쯤 와서 1시간쯤 둘러보고 결제 직전에 델리코너에 다시 와서 구매한다”며 “8시에 20% 할인하던 제품도 1시간만 더 지나면 30% 할인가로 라벨이 새로 붙는데, 초밥 종류가 남아있으면 주저없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특히 고물가 양상이 짙어진 지난해부터 마감할인 품목의 폐기율도 급감, 완판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마감할인 제품의 매출은 2022년 대비 약 5~10%가량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초밥 같은 마감할인 제품은 당일엔 신선도가 크게 변동이 없다”며 “당일제조·당일판매 원칙에 따른 것이고, 마감할인율은 최대 40%”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선 즉석식품 외에도 신선도에 민감한 과일, 채소, 수산 등을 당일 마감할인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도 스마슈머가 즐겨 찾는 ‘마감할인 맛집’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전용 앱 ‘우리동네GS’를 통해 마감할인 서비스를 전국 매장서 운영 중이다. GS25의 마감할인 서비스는 각 매장 점주가 소비기한 임박상품 발생 시 해당 제품명을 등록하면, 고객이 앱을 통해 미리 구매한 뒤 픽업시간 만료 전까지 매장을 방문해 수령하는 서비스다. 이달 28일까지 마감할인 서비스 활용한 300여 점포를 분석한 결과, 등록한 상품 중 70% 이상이 판매됐다. GS25 관계자는 “소비자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해서 좋고 점포는 폐기율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점심과 저녁식사 직전인 오전 11시, 오후 5시에 마감할인 서비스로 고객이 몰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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