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를 안 입은 수준으로 정의되던 ‘하의실종 룩’.
이제는 해당 패션에 ‘하의실종 룩’이라 명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를 비웃듯 아예 하의가 없는 패션이 등장하고야 말았거든요.
26일 걸그룹 르세라핌의 미니 3집 ‘이지(EASY)’ 트레일러 ‘굿 본즈(Good Bones)’가 공개된 이후 해당 패션은 더욱 더 뜨거워졌죠. 영상 초반 김채원과 허윤진이 브라 톱에 팬츠리스 스타일의 짧은 바지를 입은 채 각각 숏패딩과 롱패딩을 매치해 힙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는데요.
공개 이후 팬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선정적이다”와 “패션의 일부”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는 중이죠.
결국 상륙하고야 만 ‘팬츠리스 룩’
‘하의실종 룩’, ‘팬츠리스 룩’, ‘노팬츠 륵’ 등으로 불리는 이 트렌드는 지난해 이미 패션계를 휩쓸었습니다. 과거에도 짧은 하의를 입는 패션이 유행했지만 팬츠리스는 ‘하의실종 룩’과는 다른데요.
‘팬츠리스 룩’은 아주 짧은 바지를 입거나 바지를 입지 않고 속옷만 입는 스타일을 말합니다. 그야말로 치마나 바지를 입지 않는 파격적 스타일인데요. 기장이 짧은 팬츠나 속옷 안에 타이즈·스타킹·구두를 매치해 선보이곤 하죠.
이미 카일리 제너,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킴 카다시안, 헤일리 비버 등 여러 핫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바지를 입지 않은 듯한 스타일링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켄달 제너는 워낙 이 룩을 즐겨 입어 ‘팬츠리스 룩’하면 그를 떠올릴 정도죠. 벨라 하디드와 카일리 제너 또한 뒤지지 않는데요. 흰색 속옷을 입고 거리를 걷거나, 블랙 타이즈 위에 팬티를 입고 패션쇼에 참석하기도 했는데요.
“역시 할리우드인가”라며 감탄을 보냈던 한국의 ‘유교걸’들에게 이제는 눈앞에 닥친 일로 바뀌었죠. 한국의 아이돌까지 이 패션이 상륙했거든요.
명품 런웨이 가득 채운 ‘팬츠리스’
사실 이런 낌새는 이전부터 감지됐습니다. 2023년 S/S 컬렉션부터 이런 ‘팬츠리스 룩’이 스멀스멀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2023 F/W 컬렉션에는 계절이 무색하게 더 과감한 ‘팬츠리스 룩’이 런웨이를 가득 채웠습니다.
보테가베네타, 코페르니, 미우미우 등 유명 브랜드들이 앞장섰는데요. 미우미우의 2023 F/W 컬렉션에는 ‘팬츠리스 룩’의 절정을 보여줬습니다.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메인으로 등장하고, 항상 주목받는 셀럽이 입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뉴 패션 트렌드’로 받아들여야 하는 수순이죠.
그 남사스러운 의상은 국내 스타들의 착용샷도 심심치 않게 마주치고 있는데요. ‘팬츠리스 룩’이 한국 문화 정서에는 동떨어져 있다는 반응도 나오긴 했지만, 패션 트렌드를 막을 수 없었죠. 이미 익숙한 트렌드가 되어가는 이상 걸그룹이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해당 의상으로 화제가 된 이들도 즐비한데요.
앞서 설명한 르세라핌의 미우미우 ‘팬츠리스 룩’ 뿐만 아니라 배우 문가영, 한소희, 그룹 블랙핑크 제니 등 스타들이 비슷한 스타일의 착장을 선보였죠. ‘팬츠리스 룩’이 화제가 된 르세라핌의 트레일러는 공개 당일 오후 6시 유튜브 월드와이드 트렌딩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11년 만에 컴백한 걸그룹 ‘씨스타 19’의 멤버 효린과 보라도 팬티와 화이트 부츠로 스타일링 했고요. 걸그룹 (여자)아이들 역시 26일 공개한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 티저 영상에서 제복 아래로 바지를 입지 않고 부츠를 착용한 패션을 공개했습니다.
패션 관계자들은 이 ‘팬츠리스 룩’은 무용복에서 기인했다고 보는데요. 과거에도 몇 번씩 돌고 돌았던 패션 중 하나라는 평가죠.
팬티 넘어 브래지어까지…‘란제리 룩’은 자유다?
이제는 팬티를 넘어 브래지어까지 노출하는 패션도 유행 조짐을 보이는데요. 작년 남성용 또는 여성용 언더팬츠인 ‘브리프’ 노출 패션이 유행했었죠. 허리 부분이 탄력 있는 옷감으로 되어 있고 그곳에 브랜드명이나 그룹명을 넣어 패션으로 승화시켰는데요.
이번에는 ‘피카부 브라(peekaboo bra)’로 불리는 브래지어를 드러내는 패션이 등장한 겁니다. 팬츠리스부터 브라노출까지 이제는 속옷이 더는 속옷이 아닌 느낌이죠.
이를 두고 패션잡지 바자는 ‘밖으로 탈출한 란제리’ 칼럼을 통해 란제리의 등장이 팬데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란제리 패션이 답답한 몸과 마음을 해방해주는 돌파구의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내 몸을 온전히 표현할 때 그 해방과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란제리 룩’, ‘하의실종 룩’, ‘팬츠리스 룩’이 정말 자유를 그 누구보다도 넘치게 표현하는 당당함의 주자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패션은 쉽게 ‘손민수’할 수 없어 보이지만, 또 ‘유교걸’의 시선에서도 허용 가능 한 우리만의 당당함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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