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쳤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오면서 경제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아침신문 중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만이 이를 지면(1월26일자)에서 다루지 않았다. 반면 동아일보는 1면에 다루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6번째 낮은 수치로 1980년 2차 오일쇼크,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저치다. 고물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부진했던 내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상반기 재정 집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가 지면(1월26일)에서 이를 1면에 다뤘다. 경향신문 <한국 경제 1.4% 성장…사실상 ‘최저’>, 동아일보 <경제 대형악재도 없는데… 작년 성장률 1%대로 추락>, 한겨레 <작년 GDP 1.4% 성장… 잠재성장률 밑돌아> 등의 제목이 나왔다. 국민일보는 2면 <지난해 경제성장률 1.4%… ‘저성장 고착’ 현실화되나>에서 “올해도 내수 부진과 건설 투자가 경기 발목을 잡을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지면에선 한국은행 발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26일자 10면에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다뤘지만 한국의 성장률은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역시 26일자 본 지면에선 이를 외면했고 별지에 해당하는 B05면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다뤘다. 서울신문은 20면에 해당 소식을 전해 상대적으로 한국은행 발표를 부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저조한 성장률에 정부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26일자 사설에서 “(정부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투자·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나고 중소기업과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작년 4.1%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8%로 급감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부자 증세로 재정을 확충하고, 정부 지출을 늘려 소비와 생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약 6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을 언급했다. 26일자 사설에서 한겨레는 “지난해 정부소비 증가율은 1.3%로, 2000년 0.7%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을 방치하고, 지출 억제로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올해 정부 지출 증가율을 사상 최저인 2.8%(명목)로 묶었다. 세수 부족 때문이었다. 올해도 재정의 적극적 구실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쏟아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등 공약을 이행한다면, 나라 살림은 더욱 엉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 뒤질 것으로 보인다. IMF가 작년 일본이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4.3%에서 2022년 2.6%, 지난해 1.4%로 2년 연속 떨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일 경제성장률 역전에 대해 “반도체 불황 같은 일회성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연합시론’에서 “경기회복의 마중물 격인 재정의 역할이 긴요하다. 무엇보다도 성장을 끌어내리는 내수를 살리는데 정책 처방전을 총동원해야 한다. 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민생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의 조기집행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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