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CEO, 방한…삼성·SK 경영진과 릴레이 회동 전망
생성형 AI 시장 개화…엔비디아 잡을 기술·투자 전방위 협력 예상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삼성·SK 경영진과 연달아 만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만큼 이번 회동으로 반도체 설계·메모리·파운드리를 아우르는 기술 협력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DS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사업부의 경영진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꼽히는 평택캠퍼스에서 올트만 CEO와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 것은 그만큼 양측의 협력 기대감이 남다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D램·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을 생산한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뿐 아니라 패키지·테스트까지 내재화한 삼성의 기술력을 소개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평택캠퍼스에 반도체 경영진들이 사실상 총출동하는 만큼 전방위적인 기술 협력 논의가 예상된다.
올트만 CEO는 삼성과의 비즈니스 미팅이 끝난 뒤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손 잡고 가장 빠르게 지배력을 늘리고 있기에 올트만 CEO로서는 놓칠 수 없는 만남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2023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2024년 HBM 시장은 AI 주도권 확보 위한 빅테크 경쟁 본격화되고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의 자체 프로젝트 채용 확대됨에 따라 HBM 수요처가 다변화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고객군 확보를 기대했다.
HBM은 고객사와 사전 협의로 생산규모를 결정하는 수주형 성격을 띄는 만큼 구체화된 규모 논의가 오갈 가능성이 있다. AI 시장을 겨냥한 PIM, CXL 등 차세대 제품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 가능성을 제기한다. SK로서는 고객군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협상력이 높아지고, 올트만으로서도 안정적인 제품 조달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시너지가 예상된다.
올트만 CEO로서도 삼성 및 SK와의 대규모 협력 논의가 반갑다. 그는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한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제조, 패키징 등 다양한 공정에는 여러 기술과 자금이 필요한 만큼 투자·기술 파트너사와의 대대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올트먼 CEO가 대만 TSMC를 포함한 반도체 제조사, 중동 투자자 등과 새로운 칩 출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AI 모델을 훈련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와 이를 제조하는 공장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자금 유치를 위해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그가 주요 투자자를 비롯해 반도체 기업들과 접촉하는 것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생성형 AI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AI를 학습시키는 제품으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가 꼽힌다. 챗GPT에 사용된 엔비디아 ‘A100’ GPU 가격은 대당 3000만원으로 1만개가 넘게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GPU 수요 증가에 엔비디아는 경쟁사 AMD, 인텔을 크게 따돌리고 90%에 달하는 시장지배력을 확보했다. 이런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AI 시장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 및 동맹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를 만들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협력 논의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뿐 아니라 TSMC에 대항할 파운드리 기술까지 보유해 다양하고 포괄적인 논의가 점쳐진다.
파운드리 장악력 확대가 절실한 삼성으로서는 엔비디아/애플-TSMC 연대에 못지 않은 파트너 확보가 필요하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나노에 차세대 공정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하는 등 TSMC 보다 앞서 선진 기술을 개발했지만 빅테크와 같은 ‘큰 손’ 유치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앞서도 거래할 고객이 늘어나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려면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과의 협력 확대가 필수적이나 TSMC의 벽이 워낙 견고해 고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 AI주도의 ‘AI 반도체’ 고객사가 생기는 것은 호재다. 삼성으로서는 반도체 기술력 입증과 동시에 엔비디아·애플 못지 않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삼성은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삼성LSI 사업부를 비롯해 패키징 기술도 갖추고 있어 다각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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