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中)철장비 20.02%, 중(中)량과공 15.74%, 중(中)우과기 11.47%, 중(中)량자본 10.08%…..”
지난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선전증시에서 ‘중(中)’자로 시작하는 이른바 중국 중앙 국유기업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이날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재산권관리국 책임자 셰샤오빙이 “시가총액 관리를 중앙기업 책임자 업무성과 평가지표 항목에 넣는 것을 연구하겠다”고 말한 게 국유기업 주가에 불을 지핀 것이다.
25일 중국 상하이증권보는 “이는 시장 자신감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시총 관리 중요성을 당국이 공인한 것”으로 중앙 국유기업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주가를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셰샤오빙은 “그동안 중앙기업이 상장기업 가치를 상장기업 경영평가 항목에만 포함시켰다면, 이제는 시총 관리를 중앙기업 책임자의 성과 지표 항목에 넣음으로써 중앙기업 책임자가 상장 회사의 주가 흐름에 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써 적시에 지분 확대·자사주 매입 등 방식으로 주가 기대감을 안정시키고 시장 자신감을 내비치는 한편, 현금 배당을 늘려 투자자에게 더 나은 수익을 돌려줄 것”이라고도 했다.
때마침 같은 날 왕젠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부주석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시장을 구축하겠다”며 “상장기업은 주주 환원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확립해야 한다”, “합리적 수익이 없다면 상장기업으로서 부적격하다”고 말한 발언과도 맞아 떨어져 더 주목 받았다. 이에 따라 중앙 국유기업의 자사주 매입, 배당금 지급 등 투자자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
이번 조치로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당국이 상하이·선전증시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지수를 기준으로 삼아 상장사 주가 연간 등락폭이 CSI300지수 등락폭보다 5~15%P 높도록 요구한다든지, 혹은 회사 주가수익률(PER)이 기준치보다 얼마나 높은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앙국유기업의 시총 관리 능력을 평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중국특색 밸류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제창해 온 중국은 특히 국유기업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된 국유기업의 평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덩치만 크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중앙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평가 시스템을 개선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에는 중국 중앙기업 평가시스템 항목 6개(총이윤·순익·영업이익률·직원노동생산성·연구개발 투자강도·자산부채율) 중 순익을 자기자본수익률(ROE)로, 영업이익률을 영업현금흐름 비율로 바꿨다.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국유기업의 자본 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국유기업의 질적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2023년 3분기말 기준 중국 중앙국유기업 산하 상장회사는 모두 383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상장사의 시총은 13조5000억 위안으로, 전체 상하이·선전 증시 시총의 약 5분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주축이다. 특히 384개 상장회사 중 40% 이상인 154곳이 중국 지도부가 미는 전략신흥산업의 주력 회사들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미는 첨단 과학기술의 자립자강과 현대화된 산업체계 구축 등과 같은 정책에 힘입어 신에너지·방산·식량·중장비·첨단제조업·식량안보 등 국가 전략 산업 방면의 국유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황원타오 중국중신건투 증권 수석 경제학자도 상하이증권보에 “이번 조치로 중앙 국유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키움으로써 더 크고 더 강해진 중앙 국유기업이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현대 산업 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증시 부양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연초 들어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 상하이종합·선전성분 등 주가지수가 4~5년 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등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증시 떠받치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총 2조3000억 위안(약 432조원) 자금을 동원해 증시를 부양할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앞서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내달 5일부터 은행권 지급준비율(지준율)도 50bp(1bp=0.01%) 인하한다. 5개월 만에 지준율을 인하한 것으로, 이번 조치로 시장에 약 1조 위안(약 186조원) 유동성이 풀리게 된다.
중국 당국은 최근엔 해외주식 투자도 제한하며 자본 유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의 약 3분의 1이 최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고 투자자 이익 보호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에 대한 판매를 중단 혹은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앞서 일부 기관투자자에겐 ‘창구지도’ 방식으로 국내주식 매도 금지령을 내리며 증시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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