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은 일종의 테스트 베드다. 매출 1억 달러(약 1300억원)도 수년 내 달성 가능하다.”
이스라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헤일로(Hailo AI)’의 한국 지사를 이끄는 김귀영 지사장이 밝힌 포부다.
◇설립 3년 만에 AI 칩 출시…소프트웨어 ‘강점’
헤일로는 작년 4월15일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김 지사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한국을 ‘새 기술을 가장 빨리 도입해 상용화’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업체가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한국에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순간 다른 국가도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일로가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에서 보여준 저력에 있다. 김 지사장은 “2017년 설립 후 2020년도 ‘헤일로-8’을 내놓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며 “하드웨어 측면에서 열 이슈를 잘 관리했고, 소프트웨어도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장은 특히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헤일로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는 AI 칩의 정밀도와 연관된다. 특정 사물을 감지하고 분석할 때 소프트웨어가 안정적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김 지사장은 “현재 저희 인원이 240여 명 정도인데 그중 80%가 연구·개발(R&D) 인력”이라며 “R&D 인력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강조했다.
헤일로는 헤일로-8로 기술력을 입증한 후 올해 ‘헤일로-15’를 선보였다. 지난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김 지사장은 “헤일로-8은 외부에 SoC를 붙여야 했는데 헤일로-15는 SoC를 내장했다”며 “헤일로-15 하나만 쓰면 돼 공간을 절약하고 전력 소비량도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산 성능 지표인 초당테라연산(TOPS)도 향상됐다. 헤일로-15는 최대 20TOPS, 즉 1초에 20조번의 연산을 구현한다. 김 지사장은 “TOPS가 높을수록 연산력이 뛰어나 작은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안 카메라·VMS 등 韓 기업 협력 요청 쇄도
한국 기업들의 반응은 뜨겁다. 헤일로는 AI 보안 카메라 기업 ‘트루엔’과 작년 5월부터 협력했다. 올해 헤일로-15를 탑재한 스마트 카메라를 출시한다.
영상관제솔루션(VMS) 기업 두 곳과도 헤일로의 칩을 탑재한 VMS 생산을 협업 중이다. 김 지사장은 “한 곳은 국내 1위 기업으로 현재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며 “6월 양산해 한국도로공사 쪽으로 납품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한 곳은 3~4월 수출용 제품으로 생산할 예정”이라며 “주로 미국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도 노크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삼성과 LG는 가전 제품에 (헤일로 칩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며 “현대차는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으나 현재 기술검증(PoC) 단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일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미국,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여러 고객사와 3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분야는 카메라와 VMS, 전장 등 다양하다. 김 지사장은 “한 고객사와 최대 2개 프로젝트까지 하고 있다”며 “2개를 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칩 탑재를 넘어 헤일로 자체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꽤 있다. 헤일로는 현재까지 일본 NEC와 스위스 ABB 등으로부터 2억3000만 달러(약 31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받았다.
김 지사장은 “투자를 희망하는 한국 기업 중에 금융권, 대기업이 있다”며 “현재 투자 유치액과 매출로 12년 정도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충분한 실탄은 헤일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김 지사장은 “경쟁사들은 200~3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칩을 설계해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그레이드 하며 고용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헤일로는 재원을 토대로 차세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헤일로-15 대비 TOPS를 더 높인 헤일로-20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저가용 제품도 선보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
헤일로는 현재 칩 생산을 위해 TSMC와 협업하고 있다. TSMC를 활용해 헤일로-15를 만들었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을 TSMC에서 생산할지는 미지수다. 김 지사장은 “회로 선폭이 가늘어지며 어느 회사가 이점을 가질지 봐야 하고 가격도 중요하다”며 “여러 후보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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