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납부기간 10년 이하) 종신보험 세제혜택 논란에 생명보험업계가 비상이다. 세제·과세당국은 해지환급금이 그간 낸 보험료보다 많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이자차익을 얻기 위한 저축성보험으로 판단, 한도 초과 때 과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종신보험을 무제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세테크(세금+제테크)상품’으로 팔았던 생보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단순히 단기납 종신보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세가 확정되면 비과세 한도나 이자소득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종신상품에 가입한 보험소비자가 향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종신보험? 저축성보험?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소득세법 25조에 따라 단기납 종신보험을 보험차익이 발생하는 저축성보험으로 판단한 상태다. 세법에서 말하는 보험차익은 해지 시 받은 환급금(보험금)이 그간 낸 보험료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10년 시점 해지환급률이 130% 이상으로, 10년 적금으로 따지면 연이자가 7.8%가 넘는 이 상품을 무제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순수보장성 보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보푸라기 : [보푸라기]새해 벽두 종신보험 환급률 전쟁…ABL도 참전(1월20일)
국세청 관계자는 “가입 10년 후 해지를 공공연히 권하는 보험을 사망 보장이 본질인 종신보험(순수보장성 보험)으로 볼 수 있겠냐”며 “기재부와 단기납 종신보험에 무제한 비과세 혜택을 부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빠른 시일 내 법률 검토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세제·과세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뿐 아니라 그간 보험차익을 내 온 종신보험 전체에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과세가 현실화할 경우 무제한 비과세라는 보험사 말만 믿고 종신보험에 가입한 보험소비자들이 이자소득세(15.4%)는 물론, 종합소득세(최대 46.2%) 폭탄까지 맞을 수 있어서다.
불완전판매로 대량의 민원해지가 들어오면 보험사는 이제까지 받은 보험료를 전부 돌려줘야 한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다수 송사에 휘말릴 거란 공포심도 팽배하다. 여기에 민원이 한 곳에 쏠리면 불법 영업으로 금융감독원 ‘철퇴’를 맞을 공산이 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생보업계에서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보푸라기 : [보푸라기]보험료 다 돌려주는 ‘민원해지’ 경계령(2022년 3월12일)
세법 시행규칙 ‘설왕설래’
2017년 세제 개편과 함께 마련된 시행규칙이 희망이자 아킬레스건이다. 당시 기재부는 저축성·연금보험의 보험차익 비과세 요건을 일시납 기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강화하고 월 적립식 한도(월 평균 보험료 150만원)를 신설했다. 다만 저축 목적이 아닌 피보험자의 사망, 질병 등을 보장하는 종신·암보험 등 순수보장성 보험은 비과세 혜택을 유지키로 했다(5년 이상 납입·10년 이상 유지 시). 이는 종신보험을 생보사 대표 세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게 했다.
가령 저축성보험은 연간 기준 월 평균 보험료가 150만원을 단 한 번이라도 넘으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종신보험은 월납 보험료와 관계없이 보험차익이 발생해도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런 순수보장성 보험에 대한 비과세 시행규칙이 나온지 7년째인 데다, 명문화한 규정을 당국이 쉽게 고치기 힘들 것이라 주장한다. 또 규정 개정 후 소급 적용 시 법률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복잡한 법 개정 없이 순수보장성 보험에 대한 해석만 명확히 해도 상황이 확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핵심은 낸 보험료보다 돌려 받는 해지환급금이 더 많은 보험상품을 저축성보험으로 보겠다는 것인데, 이를 순수보장성 보험에서 제외한다고 해석하면 2017년부터 판매한 전체 종신보험 보험차익에 세금이 붙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 등 종신보험을 판매할 때는 사망 보장이 기본이라는 보험소비자 확인을 받고 가입시키는데 해지환급금은 부가적인 설명사항”이라며 “10년간 보험을 유지했다면 해지환급금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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