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6000억 가까이 늘어
PF 등 고위험 투자 리스크 확대
국내 보험사들이 품고 있는 자산에서 불거진 부실이 한 해 동안에만 6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3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대체투자 등 고위험 자산에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다.
새해에도 당분간 지금의 높은 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보험업계의 자산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험사들의 자산 가운데 고정이하로 분류된 금액은 총 3조533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9.9%(5876억원) 늘었다.
금융사들은 보통 고정이하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이는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보험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의 고정이하여신이 403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8.3%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롯데손해보험이 3992억원으로, 메리츠화재가 3336억원으로 각각 176.9%와 14.6%씩 늘며 고정이하여신이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현대해상(2788억원) ▲NH농협생명(1922억원) ▲삼성화재(1530억원) ▲하나생명(1448억원) ▲미래에셋생명(1376억원) ▲흥국생명(1303억원) ▲IBK연금보험(1277억원) 등이 고정이하여신 규모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자산의 크기와 비교한 부실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보험사들의 자산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평균 0.32%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0.08%포인트(p) 상승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부실률이 2.22%p 급등한 3.11%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해당 수치가 각각 2.45%와 2.13%로 2%를 웃돌며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 ▲MG손해보험(1.65%) ▲IBK연금(1.19%) ▲메리츠화재(0.91%) ▲코리안리재보험(0.83%) ▲흥국화재(0.72%) ▲현대해상(0.72%) ▲흥국생명(0.59%) 등이 자산 부실률 상위 10개 보험사로 꼽혔다.
이처럼 몸집을 불리는 부실의 배경에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PF 대출에서의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금융권 전반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대체투자에 담겨 있던 위험도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금리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올해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보험사들의 여신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지만, 절대 값으로 봤을 때 당장 위험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부동산과 인프라, 해외 사업장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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