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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내 존재감 약해지는 현대제철…서강현 미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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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모비스 최대 실적 속 철강 시황 악화에 홀로 발 묶여

그룹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에도 역할 한계

서강현 사장, 변화‧확장보다는 안정적 수익 창출에 중점 둘 듯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그룹 내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신사업 육성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데다, 최근 철강 시황 악화로 실적에서도 다른 주력 계열사들과 큰 온도차를 보인다.

지난해 11월 현대제철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른 서강현 사장이 철강회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보조를 맞춰 나갈지 관심이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액 26조1143억원, 영업이익 1조6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34.2% 각각 감소한 규모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 364억원으로 흑자에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낙폭이 커졌다.

현대차그룹의 다른 주력 계열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현대차의 작년 영업이익은 15조4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57.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65.7% 증가한 11조98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2조44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20.5%의 성장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컨센서스대로라면 3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전기차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고사양 전장부품 장착에 따른 판매단가 상승 등의 수혜를 입었지만 현대제철은 수혜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현대차‧기아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은 고부가가치화에 한계가 있는데다, 현대제철의 매출 구조는 자동차향 외에도 조선용 후판, 건설용 강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철강 시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철강 자회사 포스코가 시황악화로 타격을 받으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포스코홀딩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3043억원으로, 연간 영업이익(3조5314억원)이 전년 대비 27.2% 감소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처럼 현대제철은 철강 시황에 실적이 좌우되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마땅한 방안을 내놓기도 힘들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큰 틀에서의 미래 사업 전략을 세워놓고 기존 자동차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AAM(미래항공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역시 전동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을 통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비중이 자동차 50%, AAM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으로 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예상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그룹 내에서 완성차 대량생산 라인에 강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현대제철로서는 자동차 사업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바람직한 변화는 아니다. 더구나 자동차의 원가 구조에서 배터리와 소프트웨어(SW), 전장부품 등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차체 골격과 외판을 구성하는 철강 분야의 원가절감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완전 자율주행화 시대가 도래해 자동차가 충돌 위험에서 벗어나면 차체에 철강이 들어가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 여지가 크다. 오히려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제철소를 친환경 사업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비용이 더 큰 부담이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이런 격변의 시기에 현대제철을 이끌게 된 서강현 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인 서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식으로 판을 벌리기 보다는 나가는 돈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드는 데 최적화된 인사다.

실제 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익 중심의 안정적 사업기반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뒤로 놓았다.

미래 성장동력의 경우도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춘 친환경·경량화 자동차 소재, 신규시장으로 부상하는 에너지산업용 소재 등 기존 철강사업을 바탕으로 하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에서 수소 생산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수소전기차 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면서 수소 사업이 현대제철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완성차 대량생산 체제에서 현대차그룹 내 핵심 계열사였지만, 전통적인 완성차 조립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로 확장하는 그룹의 변화 속에서 현대제철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면서 “전폭적 변화나 확장보다는 안정적 수익 창출에 중점을 둔 사업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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