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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행사의 총사업자금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최소 20%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시행사들은 사업비의 평균 5~10% 정도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금융사 대출과 수분양자 중도금으로 사업을 해왔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 등에 PF 자금 조달과 관련한 해외 사례 조사 연구용역을 맡겼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부동산 PF 관리 방안 연구용역도 의뢰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적은 돈으로 대출을 받아 진행하는 PF 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최소 20%의 자기자본은 갖고 사업을 하는 만큼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해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행사의 설립 자본금 요건은 법인 3억 원, 개인 6억 원이다. 이 때문에 시행사들은 최소한의 사업비를 갖고 토지 매입 단계부터 대출(브리지론)을 일으켜 PF 사업을 해왔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현행 PF 구조에서는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구조 개선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늘려 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을 때 완충 장치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자기자본 확대는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추진된 수도권의 한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약 2조 2000억 원)의 경우 브리지론과 PF 관련 금융 비용으로 약 2900억 원이 책정됐다. 전체 지출 비용의 약 15%다.
다만 PF 사업 요건 강화로 2~3년 뒤 주택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PF 요건 강화 시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PF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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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의존도 낮춰 연쇄부실 차단…”공급절벽 대책 병행해야”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 개혁에 나서는 배경에는 한국만의 특수한 부동산 PF 관행이 있다. 국내 부동산 개발의 자금 조달 방식을 쉽게 설명하면 ‘돌려막기’에 가깝다. 부동산 개발은 토지 매입과 인허가 단계, 개발과 분양이 시작되는 시공 및 공사 단계, 준공 후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시행사)는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율의 브리지론으로 돈을 빌려 땅을 사고 그 뒤에는 은행에서 낮은 금리의 대출(본PF)을 받아 브리지론을 갚고 건설을 지속한다. 이후 입주자들이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한 돈을 통해 본PF를 갚는다. 시행사들은 이 같은 돌려막기 구조를 통해 5~10% 안팎에 불과한 자기자본으로도 최대 수조 원 대의 부동산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문제는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을 때다. 거시 환경 악화에 따른 PF 부실이 시공사 부실로 이어지고 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도 유동성 위기가 찾아온다. 지금도 200개에 달하는 사업장이 대주단 협약을 통해 신규 자금 지원, 만기 연장, 이자 유예 혜택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행 PF 제도를 두고 “분양 가격이 폭락하면 줄줄이 ‘폭망’하는 구조”라고 지적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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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자기자본의 비율을 최소 20%로 높여 손실이 생겼을 때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선례도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정부는 저축은행 중앙회 표준 대출 규약을 도입해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20% 이상인 PF 사업장에 한해 대출을 해주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PF 사업장에서도 저축은행 대출이 많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는 373.6%나 됐기 때문이다. 부실한 부동산 개발 업체를 정리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그동안 자본금 문턱이 낮아 부동산 시행사가 난립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등록된 시행사가 2715개였으며 미등록 개발 업체까지 포함하면 6만여 개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주체가 상당한 자기자본과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토지를 사고 사업 인허가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PF 금융을 시작한다. 공사비 등만 PF 대출로 조달하는 것이다. 일본의 롯폰기힐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행사 모리빌딩이 17년에 걸쳐 완성한 복합개발 사업인데 총사업비 2700억 엔 중 37%인 약 1000억 엔을 직접 출자했다. 미국에서도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20~30% 수준의 초기 자본금을 마련한 뒤 토지 담보를 모두 해제한 후 건설 자금만 금융권에서 조달한다.
PF 조달에 따른 금융 비용을 낮춰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분양가를 낮출 수 없는 배경에는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이 있다”며 “이를 낮출 수 있다면 분양가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2~3년 뒤 공급절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걱정되는 대목이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6만 8633가구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10만 9306가구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줄었다. 올해 예상 분양 물량은 5만 9850 가구로 지난해보다 더 적다. PF 규제 강화로 짓고 있는 건물의 돈줄마저 막아버리면 2~3년 뒤 전국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자기자본을 사업비 중 20%나 댈 수 있는 사업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이 안 되면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 역시 “공급 부족이 올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반발도 크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부동산 PF 대출 규제 강화는 정상적인 업체들도 어렵게 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며 “자기자본 비중 규제를 두면 결국 본인 땅을 가진 업체들만 시행을 할 수 있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개발 업체의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요건이 강화되면 현재 국내 개발 업체 중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채 등을 써야 하는데 그만큼 공급이 줄고 가격이 높아진다. 이는 현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와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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