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격화로 맥을 못 추고 있는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자금을 미국·일본 증시 등 다른 곳으로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을 통해 중국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에 투자한 주식 보관액은 지난해 12월 말 9억 7279만 달러(약 1조 2980억 원)에서 이달 22일 9억 177만 달러(약 1조 2032억 원)로 7102만 달러(약 948억 원)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말 16억 8388만 달러(약 2조 2465억 원)와 비교하면 1년 사이 7억 8211만 달러(약 1조 433억 원)나 급감했다. 2년 전인 2022년 1월 19억 6724만 달러(약 2조 6243억 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
특히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보관액 감소는 단순히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 저하에서만 비롯된 게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예탁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22일까지 중국 본토 주식을 총 852만 달러(약 114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미 지난달 순매도 금액인 819만 달러(약 109억 원)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이들은 중국 본토 주식을 1913만 달러(약 25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도 중국 본토 상장 종목은 단 1개의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22일 기준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48개는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 미국 종목이었다.
국내 투자자의 중국 증시 외면은 올 들어 현지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패권 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 탓에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수급 상황도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실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올 들어 전 거래일까지 각각 6.86%, 11.49% 하락해 같은 기간 6.65% 내린 코스피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글로벌 고금리 국면에서도 올 들어 0.83%, 9.12%씩 상승한 미국 다우존스지수, 일본 닛케이지수와는 비교조차 힘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2일 하루에만 2.68%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본토의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에 동결하기로 한 영향이다. 중국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지수도 같은 날 3218.90포인트까지 내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월 31일(3201.63포인트)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
중국 상황이 녹록지 않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계열사 글로벌X는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10개를 대거 청산했다. 10개 종목의 순자산 운용 규모만 6529만 달러(약 871억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근 시일 내 증시 반등이 어렵다고 보고 투자심리도 당분간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부동산 거래도 주춤하고 외국인 매도 규모도 커 중국 증시 전망은 어둡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저가 매수할 때도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