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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인사이트] AI 혁신이 기존 산업 진화로 이어져…”AI·모빌리티·로봇·스마트홈·인프라” 주목

아주경제 조회수  

CES 2024 사진연합뉴스
CES 2024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 CES 2024가 전 세계 관람객 13만5000여 명이 참관한 가운데 폐막했다. 이 가운데 한국 관람객의 수는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미래 기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다.

23일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열린 CES 2024에는 전 세계 4314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은 올해 789개 기업(18.3%)이 참가해 미국(1208개·28%)과 중국(1114개·25.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69개사가 참여한 것과 비교해 약 1.7배 늘었다. CES 혁신상을 받은 한국 기업도 총 143곳으로 역대 최다였다.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CES를 선호하는 이유는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자사 상품·서비스를 알리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해외 투자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CES에 버금가는 대형 기술 박람회가 국내에 없는 점도 선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AI와 기존 산업 결합은 필연…고객 가치 높이는 게 핵심

전문가들은 올해 CES가 생성 인공지능(AI)과 가전·모빌리티·스마트홈 등 기존 산업이 결합해 혁신 서비스로 거듭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문장(사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I 시대라는 새로운 기회가 왔다”며 “CES 2024에서 만난 대부분의 고객과 AI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참관 후기를 남겼다.

경 사장은 “챗GPT 등장 후 클라우드 업체들이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는 일반 서버 투자를 줄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을 한정된 예산 탓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일반 서버 투자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봤으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며 “컴퓨팅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수장 입장에서 생성 AI로 인해 메모리 산업이 일반 서버에서 GPU 서버 중심으로 변했음을 체감한 것이다. 경 사장은 “생성 AI 시스템은 메모리와 컴퓨트 셀이 상호 연결돼야 하는데 둘을 한 칩으로 만드는 것은 (생산 단가가) 비싸다”며 “그래서 고대역메모리(HBM)와 GPU 가속기를 하나로 묶는 2.5차원 패키지가 등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고용량 HBM과 더 빠른 인터페이스(I/O) 등으로 메모리와 컴퓨트 사이 거리를 줄이려는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서버에서 시작된 시도는 PC와 스마트폰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온 디바이스 AI’ 출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온 디바이스 AI란 AI 모델 양자화(압축)와 고성능 반도체를 활용해 인터넷·클라우드 연결 없이 스마트폰 등 이용자 기기에서 생성 AI를 추론(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갤럭시S24 시리즈에 적용된 ‘갤럭시 AI’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KT도 지난 19일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 최준기 AI사업본부장, 윤경아 AI테크랩장 등 CES 2024를 참관한 기술 임원들이 사내 방송 형태로 임직원들에게 행사 경험과 인사이트(통찰력)를 공유했다.

야후·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와 현대카드·커머셜 등에서 근무한 IT 전문가인 오 CTO는 “이번 CES 2024를 통해 AI가 전기처럼 모든 제품에 쓰이게 된 것을 확인했다”며 “더는 기업들이 공급자 마인드로만 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이번 CES는 자동차(모빌리티)를 빼고 논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동차가 출품됐는데, 국내 기업 전시에서 운전자 상태를 보고 졸음을 방지하는 등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기능을 확인했다”며 “이 점에서 통신사와 협력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랩장은 “월마트, 로레알, 존디어 등 글로벌 기업의 행보가 인상 깊었다”며 “본업인 유통·뷰티·농기계 산업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 혁신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생산성, 효율성, 고객가치를 높인 점에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타사와 빠른 협업으로 사업 영역 간 경계를 넘어서려는 윈-윈 전략이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CES 2024 구글 야외 부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CES 2024 구글 야외 부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글로벌 기업들 ‘AI 전환’ 외쳐…온 디바이스 AI가 대세 

미래에셋증권 박준서·김충현 애널리스트는 이번 CES의 핵심 화두를 “AI 확장으로 인한 하드웨어의 수혜”라고 진단했다. 지멘스, 로레알, 월마트, 인텔, 퀄컴, 엘레방스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들이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전 세계 기업들이 생성 AI와 메타버스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개인 일상과 사회·산업에 어떻게 융합돼 새로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지 대담을 진행했다.

먼저 엔비디아는 CES에서 신형 소비자용 GPU ‘지포스 4000 슈퍼’를 발표하며 생성 AI 시대 선두주자임을 과시했다. 이어 AI 기반 게임 캐릭터 플랫폼 ‘에이스’와 생성 AI와 스마트 로봇을 결합하는 개발 플랫폼 ‘아이작’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LG전자는 AI를 활용해 고객에 더 공감하고 세심한 경험을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스마트 가전 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장치에서 수집한 이용자 행동 패턴, 목소리 톤, 얼굴표정 등을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찾는 ‘실시간 생활 지능’ △LG AI 브레인을 기반으로 고객 대화·행동·감정 등 맥락을 이해하고 고객 요구를 사전 예측하는 ‘조율·지휘 지능’ △자체 데이터 보안 시스템 LG 쉴드를 통해 고객 데이터 수집·저장·활용 등 전 과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책임지능’ 등 세 가지 AI 기술을 토대로 진행한다.

삼성전자도 AI를 활용한 가전과 스마트홈 혁신에 관해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AI에 투자한 성과를 토대로 완성한 생성 AI ‘가우스’와 보안 솔루션 ‘녹스’를 활용해 일상 속 AI 전략을 실현할 것이란 게 삼성전자 발표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삼성 네오 QLED 8K TV에 탑재한 3세대 AI칩은 이전 모델보다 더 많은 신경망을 갖췄다. 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반려동물 ‘볼리’는 집안 내 가전을 제어하고 어린이·노인·반려동물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가전 업체 TCL·하이센스는 CES에서 ‘양자점LED(QLED) TV’를 중심으로 TV ‘대형화’와 ‘박리다매’ 전략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업체는 한층 진화한 ‘풀어레이 로컬디밍(FALD, LED 패널 특정 구역의 백라이트를 끄는 것)’ 기술을 강조하며 삼성·LG의 OLED TV에도 맞불을 놨다.

다만 일본 소니는 다른 가전 기업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콘텐츠 중요성을 강조하며 음악·영화·TV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한 세 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비주얼 프로덕션과 공간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 △애니메이션·스포츠·게임 커뮤니티에서 팬과 상호작용 △모빌리티 공간과 관련 기술 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소니와 혼다가 함께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한 신형 전기차 ‘2024년형 아필라’를 공개하며 관련된 행보를 보였다.

독일 최대 기술 기업인 지멘스는 AI와 산업 메타버스를 결합해 제조업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된 현실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가상 세계에서 기업들이 AI와 실시간으로 협력해 현실 세계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게 롤랜드 부시 지멘스 최고경영자(CEO)의 복안이다. 지멘스는 산업 메타버스를 통해 제조 기업의 생산성을 20% 향상하고 에너지 소비를 20%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니·아마존웹서비스 등 메타버스·클라우드·생성 AI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함께 공개했다.  

올해로 115주년을 맞이한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CES에서 ‘뷰티 테크(뷰티+첨단 기술)’ 혁신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레알은 37개 브랜드에서 수집한 10페타바이트(PB, 1PB=1000테라바이트) 규모의 전 세계 고객 뷰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AI 뷰티 도우미 ‘뷰티 지니어스’를 발표했다. 고객 피부상태와 톤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피부 관리법과 화장품을 추천하는 기술이다. 또, 간편하게 뿌리 염색을 할 수 있는 ‘컬러 소닉’과 열 대신 적외선을 활용해 모발 손상을 줄이면서 더 빠르게 물기를 말릴 수 있는 차세대 헤어드라이어 ‘에어라이트 프로’를 공개하며 영국 다이슨의 아성을 위협했다.

인텔은 누구나 자신의 PC·노트북에 AI 비서를 갖게 되는 ‘AI PC’ 시대를 예견했다. AI PC란 온 디바이스 AI가 적용된 PC와 노트북을 말한다. 인텔은 GPU 대신 CPU에서 생성 AI를 실행하는 기술을 개발해 AI PC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AI PC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파트너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LG전자 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를 저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가우디3 준비 상황과 자회사 모빌아이를 통한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용 반도체 개발 로드맵 등을 공유했다.

퀄컴도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온 디바이스 AI 동맹에 힘을 보탰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온 디바이스 AI 기술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근본 기술(컴퓨팅 엔진)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미래 컴퓨팅 형태에는 CPU, GPU뿐 아니라 AI 실행을 위한 반도체도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삼성전자·구글과 협력해 자사 신형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3세대’에 온 디바이스 AI를 위한 가속 기능을 탑재했다.
 

CES 2024 찾은 GD 사진연합뉴스CES 2024 찾은 GD 사진연합뉴스
CES 2024 찾은 GD [사진=연합뉴스]

◆기업 데이터 처리 역량 더 중요해져…로봇과 함께 일하는 모습 일상 된다

산업계에선 CES 2024의 핵심 트렌드를 △AI △로봇 △모빌리티 △스마트홈 △인프라 등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먼저 AI의 경우 생성 AI 기술이 보급되며 데이터 처리 역량이 중요해지고 회사 업무에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온 디바이스 AI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노트북 출시에 속도가 붙으면서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가 붙고,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거나 로봇으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습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견했다.

모빌리티의 경우 전기차 성능 향상이 지속되고 현대차 그룹을 중심으로 한 수소 생태계 확대도 기대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반고체 소재가 확산되는 것도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많은 보탬이 될 전망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센서 성능이 강화되는 것도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스마트홈은 AI에 다양한 측정 데이터를 제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대세가 됐다. AI 로봇 도우미를 활용한 차별화된 서비스 출시도 기대된다. 인프라는 전기차 충전소를 포함해 탄소중립과 지속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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