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업계의 숙원이었던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와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다. 이커머스의 공세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대형마트는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벽배송을 주력 서비스로 삼고 있는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는 늘어난 경쟁자에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둘째주 일요일에도 마트 가나
지난 22일 국무조정실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현재 공휴일로 지정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를 폐지하고 평일 휴업이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다. 지난 2011년 12월 의무휴업 규제가 생긴 지 약 12년 만이다.
대형마트업계는 그간 꾸준히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2년에는 일부 대형마트들이 집행 정지 소송을 걸었다. 2013년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4사가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까지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청원 제도 대신 도입한 국민제안 제도의 첫 번째 우수제안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선정되면서다. 비록 어뷰징 문제로 시행되진 않았지만 달라진 정부의 기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형마트업계의 기대는 높아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의무휴업 평일전환과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의 경우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되는 모습을 보여 소상공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규제가 풀리면 대형마트들은 기존 격주 일요일로 정했던 휴무일을 평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의 휴일 매출은 평일 대비 30-50%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무휴업일 변경 후)매출액은 기존 대비 4%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이익 증가분 효과는 이마트 약 700억원, 롯데쇼핑 약 4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무휴업일 변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젠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야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무휴업일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지켜보는 이커머스
의무휴업일 변경과 함께 통과된 새벽배송 규제 철폐도 업계의 관심 사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영업제한시간(자정부터 오전 10시)동안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의무휴업일인 격주 일요일에도 배송이 불가능하다.
해당 규제가 사라지면 대형마트도 시간 제약 없이 365일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새벽배송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이커머스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다만 새벽배송의 경우 일반적인 낮 시간대의 배송과 다른 점이 많아 규제가 풀리더라도 대형마트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만건 이상의 주문량을 모아 야간에 일괄적으로 물품을 포장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배송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나 컬리 등 새벽배송 업체들은 지금의 서비스 퀄리티를 위해 수년간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를 진행했다”며 “대형마트들이 이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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