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르포] “어떻게 일군 일터인데…” 대목 앞둔 서천특화시장 상인의 한숨

연합뉴스 조회수  

뜬눈으로 밤 지새운 상인들, 잿더미로 변한 점포 앞에서 망연자실

“설 앞두고 평소보다 5∼10배 많은 물건 들여놨는데…상상도 못해”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활어차 산소통이 여기까지… 가슴이 먹먹해서 말이 안 나오네…”

불에 타버린 서천특화시장
불에 타버린 서천특화시장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일 오후 11시 8분께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사진은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 모습. 2024.1.23 swan@yna.co.kr

23일 오전 9시께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상인들이 하나둘씩 수척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수산 장화를 신은 채 새까맣게 변해버린 시장을 바라보던 한 상인은 검게 그을린 활어차 산소통을 보고 그만 고개를 숙였다.

시장에서 15년째 영업 중이라는 이 상인은 “불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새 잠도 못 자고 나와봤는데 처참한 상황을 보니 말이 안 나온다”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전날 오후 11시 8분께 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92개 가운데 227개가 탔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때 소방 대응 2단계가 발령됐을 정도로 불길은 거셌다.

9시간 동안 화마가 휩쓸고 간 시장은 검게 탄 잿더미만 가득했다.

근처에는 매캐한 냄새가 가득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으면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불에 탄 산소통만 덩그러니
불에 탄 산소통만 덩그러니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일 오후 11시 8분께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사진은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 모습. 2024.1.23 swan@yna.co.kr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검게 그을린 건물에 쌓인 흰 눈이 상인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시장과 함께했다는 권준흘(81)씨는 초조한 표정으로 상인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권씨는 “불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면서 “설 대목이라 건어물을 많이 들여놨는데, 다 팔지도 못하고 어떻다고 말도 못 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수산물 등 물건을 많이 주문해뒀던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화재로 일터와 재산을 모두 잃게 된 상인들은 모여서 한숨만 내쉬었다.

이틀 전 킹크랩만 2천만원어치를 가져다 놓았다는 상인, 건어물 몇천만원 어치를 사놓았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어머니 때부터 50년간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최모(49)씨는 “설 대목 앞두고 대부분 상인이 고기나 김, 어패류 선물 세트 등 평소보다 5∼10배 이상 되는 물건들을 들여놨었다”면서 “우리도 굴을 평소보다 8배나 많이 들여놨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까맣게 타버린 서천특화시장
까맣게 타버린 서천특화시장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일 오후 11시 8분께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사진은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 모습. 2024.1.23 swan@yna.co.kr

40년간 이곳에서 장사한 노모 뒤를 이어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진수(56)씨도 “불이 난 수산물동 외에도 건조장에 매연 그을음이 생기고 냄새가 배어 아무것도 못 쓰게 됐다. 그렇게 된 생선을 누가 먹겠나”라며 “건조장 아래에 있는 냉동고도 전기가 차단돼 언제 전기가 공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건을 다 못 쓴다고 보면 된다”고 허탈해했다.

김씨는 “이 시장이 서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어서 주변 도시 등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찾아주는 곳인데, 시장이 사라졌으니 우리 상인들뿐 아니라 군 전체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장사로 업을 이어가고 있는 최씨는 “보상은 둘째치고 평생을 장사해오신 분들은 이제 살아갈 의지를 잃었다. 여기 상인들은 일 년에 딱 24일만 쉰다. 341일을 일하던 이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모여든 상인들
초조한 마음으로 모여든 상인들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일 오후 11시 8분께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사진은 피해 상황 공유를 위해 모여든 서천특화시장 상인들. 2024.1.23 swan@yna.co.kr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정치인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상인들 일부는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상인은 “오면 뭐 할 것인가. 경호원들 딱 붙어서 제대로 확인이나 하겠나”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상인도 “선거용으로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얼굴만 보여주고 가려는 것 아닌가”라며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충남도와 서천군에서는 상인들에게 행정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기웅 군수는 “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재난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상인들의 비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서천특화시장의 신속한 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발화 지점이 전소돼 화재 원인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복구 기간도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아수라장이 된 서천특화시장
아수라장이 된 서천특화시장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일 오후 11시 8분께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사진은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 모습. 2024.1.23 swan@yna.co.kr

swan@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AI 추천] 공감 뉴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플랫폼·콘텐츠 고르게 성장한 카카오…'카카오톡'·'AI' 주력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살코기,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닭곰탕 맛집 BEST5
  • 푹- 끓여내어 야들야들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의 만남, 육개장 맛집 BEST5
  • 한식에 술만 있다면 무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꾼이 인정한 한식주점 5곳
  • [인터뷰] ‘미망’ 하성국·이명하의 ‘작은 바람’
  • 주말 극장서 뭘 볼까, 파격의 ‘히든페이스’ VS 깊은 사랑 ‘캐롤’
  • 이혼 전문 변호사도 놀란 파격적 설정, ‘히든 페이스’
  • 웰메이드 서스펜스 ‘보통의 가족’ 이제 안방에서 본다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류현진 동료였던 그 투수, 44세라고 무시하지 마라…ML 90승 관록, 日에 KKKKK, 프리미어12 3G·ERA ‘제로’

    스포츠 

  • 2
    첫만남에 정명의 ‘두자녀’ 언급한 보민 아버지 : 다음말에 바로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연예 

  • 3
    10위 추락 토트넘 'Tottenham Hotspur'이름 없애 버렸다…팀 상징 11년만에 대대적인 변화→팬들은 “무의미하다”라며 시큰둥

    스포츠 

  • 4
    금투세는 폐지하고 코인만?…'휴면개미' 이재명 '막 던지기' 속내는 [정국 기상대]

    뉴스 

  • 5
    럭셔리와 캐주얼을 아우르는 종킴의 세계

    연예 

[AI 추천] 인기 뉴스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지금 뜨는 뉴스

  • 1
    수면 장애 겪는 한국인 수↑: 잠 잘 자기 위해선 대체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할까?

    여행맛집 

  • 2
    "감히 내 애를 밀어? 좀 맞자"…대리기사에 '사커킥' 날린 불광동 부부 결국

    뉴스 

  • 3
    이태원 참사 유족 “비겁한 언론인 되지 않도록 사명감 가져 주길”

    뉴스 

  • 4
    "공개 D-13…" 무려 '1억 5000만 뷰' 신화 쓴 인기 웹툰, OTT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연예 

  • 5
    “돈 고생…” 박원숙이 힘들때 들은 말: 서운했지만 먹먹한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왔다

    연예 

[AI 추천] 추천 뉴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현대 자동차의 파격 할인 차량은?!”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플랫폼·콘텐츠 고르게 성장한 카카오…'카카오톡'·'AI' 주력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살코기,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닭곰탕 맛집 BEST5
  • 푹- 끓여내어 야들야들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의 만남, 육개장 맛집 BEST5
  • 한식에 술만 있다면 무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꾼이 인정한 한식주점 5곳
  • [인터뷰] ‘미망’ 하성국·이명하의 ‘작은 바람’
  • 주말 극장서 뭘 볼까, 파격의 ‘히든페이스’ VS 깊은 사랑 ‘캐롤’
  • 이혼 전문 변호사도 놀란 파격적 설정, ‘히든 페이스’
  • 웰메이드 서스펜스 ‘보통의 가족’ 이제 안방에서 본다

추천 뉴스

  • 1
    류현진 동료였던 그 투수, 44세라고 무시하지 마라…ML 90승 관록, 日에 KKKKK, 프리미어12 3G·ERA ‘제로’

    스포츠 

  • 2
    첫만남에 정명의 ‘두자녀’ 언급한 보민 아버지 : 다음말에 바로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연예 

  • 3
    10위 추락 토트넘 'Tottenham Hotspur'이름 없애 버렸다…팀 상징 11년만에 대대적인 변화→팬들은 “무의미하다”라며 시큰둥

    스포츠 

  • 4
    금투세는 폐지하고 코인만?…'휴면개미' 이재명 '막 던지기' 속내는 [정국 기상대]

    뉴스 

  • 5
    럭셔리와 캐주얼을 아우르는 종킴의 세계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수면 장애 겪는 한국인 수↑: 잠 잘 자기 위해선 대체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할까?

    여행맛집 

  • 2
    "감히 내 애를 밀어? 좀 맞자"…대리기사에 '사커킥' 날린 불광동 부부 결국

    뉴스 

  • 3
    이태원 참사 유족 “비겁한 언론인 되지 않도록 사명감 가져 주길”

    뉴스 

  • 4
    "공개 D-13…" 무려 '1억 5000만 뷰' 신화 쓴 인기 웹툰, OTT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연예 

  • 5
    “돈 고생…” 박원숙이 힘들때 들은 말: 서운했지만 먹먹한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왔다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