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배 판단…관련 입법 시간 필요
특정한 방향성 자제 주문에 고심 깊어질 듯
“규제 철폐하고 발전적 제도 마련 논의해야”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불허 결정을 내린 가운데 향후 관련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관련 법 개정 여부와 함께 대통령실의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말라는 주문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와 관련해 불허 입장을 재차 확인했지만 향후 논의 방향성에 대한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SEC 승인 결정에 따라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가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거래가 불허된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다음날인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이러한 입장은 견지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을 통해 “너무나 명확하게 입장이 나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더 더하거나 뺄 게 없는 것 같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방침은 미국과 국내 법 체계가 다르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도 ETF의 기초 자산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미국의 상황을 국내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이러한 방침이 변화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법이 개정돼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의 대상으로 정의된다면 금융당국으로서도 불허 방침을 지속할 명분이 없어진다.
이는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으로 이어져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거래 지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구성,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 개정은 국회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국회 임기 내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다음 국회로 사안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논의에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라는 대통령실의 주문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8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금융위원회에 ‘이거를 한다, 안 한다’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말도록 한 상태”라며 “우리나라 법률 체계를 적절하게 변화시키거나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 있거나, 그러면서 부작용이 없거나 이런 방향이 될 수 있는 것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승인한 만큼 앞으로 다른 국가들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시행되고 오는 4월 총선을 거쳐 22대 국회가 출범해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투자 시장과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 불필요한 규제는 철페하고 발전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진 법률도 투자와 산업적인 부분까지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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