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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왜 초코파이 대신 ‘항암제’를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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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주 식품업계에서는 오랜만에 ‘빅 딜’이 터졌습니다. 오리온이 무려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5%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는데요. 오리온의 지난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이 4667억원이니, 한 해에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금액을 이번 인수에 쓴 셈입니다.

레고켐바이오라는 회사가 낯선 분들도 있을 텐데요. 레고켐은 지난해 12월 미국 얀센에 차세대 항암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물질을 2조2000억원에 기술이전하면서 초신성으로 떠오른 기업입니다. 

국내 최대 제과 기업인 오리온이 왜 항암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요. 그것도 오리온 역사상 가장 큰 돈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말이죠. 이번 주 [주간유통]에서는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넥스트 초코파이 찾아라

오리온이 바이오 시장에 투자를 이어가는 건 ‘본업’인 제과 시장의 성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저출산 기조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고 시장 트렌드도 제과에 불리한 ‘건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과 시장은 정체 중입니다.

오리온 역시 일찌감치 ‘닥터유’ 브랜드 등을 통해 건강을 강조한 제과 제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과 외 다른 성장성 높은 먹거리를 찾는 숙제가 주어졌었죠. 그게 바로 ‘바이오’였던 겁니다.

사실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3대 신사업으로 생수와 간편대용식, 바이오를 선정하면서 바이오의약품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죠.

산둥루캉의약과 합자법인을 세운 오리온/사진제공=오리온

2020년에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섭니다. 중국 국영 제약사인 산둥루캉의약과 손잡고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 현재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900억원을 들여 결핵백신 공장도 짓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사 방식으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레고켐바이오 인수 역시 이런 ‘바이오 강화’ 행보의 일환입니다. 오리온은 사실 지난해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을 인수하려다가 막판에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도 오리온이 5000억원을 쓸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죠. 그만큼 바이오에 ‘진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쉽지 않은 길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3대 신사업 중 바이오를 제외한 나머지 음료 사업과 간편대용식 사업의 성과가 썩 좋지많은 않아서입니다. 물론 간편대용식 사업의 대표 브랜드인 ‘오!그래놀라’는 2022년 130억원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에는 15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출시 5년 만에 업계 3위로 올라섰죠. 하지만 문제는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주 용암수’로 대표되는 음료 사업은 오리온의 고민거리입니다. 2022년 매출이 120억원대로 전년 대비 줄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9% 증가에 그쳤습니다. 기존 국내 생수와 달리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 마케팅을 펼쳤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주용암수/사진=김지우 기자 zuzu@

물런 바이오 역시 가시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한정적인 생수, 시리얼과 달리 바이오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인 산업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조8500억원에서 2027년 40조원으로 연평균 13%씩 커질 전망입니다. 

오리온이 연간 영업이익을 다 털어넣을 정도의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 인수 이후에도 추가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오리온의 5500억원짜리 베팅이 오리온의 성공적인 투 트랙 전략으로 이어질 지, 본업 가치까지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고민만큼은 인정해도 될 듯 합니다.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함께 지켜보시죠.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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