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외환 시장에 진출하며 국내 금융사 최초로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하자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그간 시중은행 등이 환전 때 우대 환율을 적용하는 등 혜택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 전면 무료화는 토스뱅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은 매입 환율과 매도 환율을 달리해 두 환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스프레드)를 외환 부문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삼았다. 하지만 토스뱅크가 이런 수익을 포기하고 환전수수료 무료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에 토스뱅크가 환전수수료를 받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 수수료 포기한 토뱅에 업계 ‘시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외화를 살 때나 팔 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외환 서비스를 전날 출시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1개 계좌로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 17개 통화를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다.
환전 수수료는 평생 무료로 고객 누구나 100% 우대 환율을 적용한다. 외화 예치 한도는 없고 월 환전은 최대 30만달러까지 가능하다. 해외 결제와 현금자동화기기(ATM) 입출금 수수료도 무료다. 토스뱅크 체크카드 한 장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결제와 ATM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기존 은행들은 매입 환율과 매도 환율을 달리해 두 환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를 외환 부문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삼았다. 따라서 기존 은행들은 ‘무료 환전’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외화를 ‘살 때’에는 매매 기준율을 적용해 수수료를 없애지만, ‘팔 때’에는 매매 기준율에 일정 수수료를 매긴 매도 환율을 적용해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원가를 충당했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외화통장 하나로 전 세계 17개 통화를 살 때와 팔 때 모두 매수·매도환율의 중간값인 매매 기준율을 적용해 환전 수수료를 완전히 없앴다. 조건이나 기간 상관 없이 100% 우대환율을 제공하는 것은 토스뱅크가 전 금융권을 통틀어 처음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토스뱅크의 환전 수수료 전면 무료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2021년 토스뱅크의 모회사인 토스(바바리퍼블리카)가 송금 수수료를 없애자 연달아 시중은행들도 송금 수수료를 폐지한 바 있다. 환전할 때마다 출혈…”역마진 불가피”
이런 토스뱅크 행보에 역마진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다른 환전 채널의 경우에는 최대 10%대의 환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기준 은행 환전 시엔 최소 1.5%에서 최대 13.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공항 환전 시엔 최소 4.2%에서 최대 18.5%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아울러 토스뱅크는 외환 환전 수수료뿐만 아니라 해외 결제 시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국제브랜드 서비스와 ATM 입출금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통상 국내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를 해외에서 이용하면 국제 브랜드 수수료와 해외 이용 수수료가 붙는다. 브랜드 수수료는 비자·마스터 카드처럼 국제 카드사가 국내 카드사에 부과하는 브랜드 사용료다. 아멕스가 1.4%로 가장 높고, 비자(1.1%), 마스터(1%)가 1% 수준이다. 여기에 환전 등의 해외 이용 수수료가 더해진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전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에서 토스뱅크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환전 수수료나 마스터, 비자 등 카드사 수수료 없이 자동으로 외화 결제가 가능하다”며 “여기에 잔액이 부족할 경우 자동으로 필요한 금액을 원화에서 현지 화폐로 전환하는 자동 환전 기능도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모든 해외 결제마다 발생하는 1% 수준의 수수료를 토스뱅크가 떠안겠다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며 “고객이 토스뱅크를 통해 결제하는 모든 금액의 1%가 계속 출혈이 난다는 것인데 그 금액을 어떻게 안고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수료 면제를 90% 수준밖에 못 하는 이유는 수수료를 통해 일부 수익을 보전, 인력이나 관련 시스템에 들어가는 보수 비용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며 “외환 서비스 운영은 전산 개발 등 비용적인 부담이 큰 편인데 토스뱅크가 외환 환전 자체로 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ATM 등의 각종 수수료가 점차 무료화되는 추세에서 환전 수수료를 주요 비이자 수익으로 거둬왔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환전을 포함한 수수료 수익에서 비용을 제한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KB국민은행 6787억원 △신한은행 4992억원 △우리은행 5253억원 △하나은행 5099억원 △NH농협은행 4737억원 △카카오뱅크 18억원 △케이뱅크 16억원이다. 반면 토스뱅크(-383억원)의 경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수수료 순수익이 마이너스다.
비이자이익 증대?…운용수익 전략 관건
이러한 금융권의 우려에 홍 대표는 “환전 수수료 무료는 역마진이 아니라 오히려 비이자이익 증대로 전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며 “여러 가지 외환 사업 모델에서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수익구조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런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환전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고도 비이자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후발 주자로 외환 시장에 진입하면서 차별화된 혜택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린것 같은데 외화 자금을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미 하나금융(하나카드)에서 비슷한 환전 혜택을 주는 트래블로그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며 “트래블로그도 앱 내 광고나 제휴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토스뱅크도 같은 방식을 차용해 이익을 보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토스뱅크의 외환 서비스 부문 수익 모델은 외화 예치금을 운용하는 방안이 꼽힌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기 ‘파킹통장’ 출시로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을 끌어들이고 대출하는 방식으로 순이자마진(NIM)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향후 증권 계좌 연계와 해외 송금 서비스 출시를 통해서도 비이자수익 모델을 키울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서비스 프로덕트오너(PO)도 전날 간담회에서 “카드사나 핀테크사와 달리 토스뱅크는 해외송금과 해외투자 증권 계좌 연계 등 이번 통장 출시로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며 “역마진을 감당하는 게 아닌 비이자수익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짜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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