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도입 불가방침을 두고 ‘코인판 쇄국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국내에서 미국 현물 ETF 거래가 허용될 경우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르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선점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가능성을 두고도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도입과 관련해 지속해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ETF 관련해서 여러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며 “앞서 나온 입장에서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세 차례에 걸친 보도자료 발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보도참고자료에서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달라 바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며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톤을 다소 낮췄지만 현물 ETF의 발행과 중개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여부가 화두가 된 것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이후다.
미국이 10년 만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 기반 현물 투자상품을 승인하는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면서 국내 도입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당국은 도입 불가방침을 발표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투자자들이 ETF 운용사에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는 가상자산을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거래가 금지됐다.
국내법상 가상자산이 중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국내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ETF 중개를 허용하면 해외 ETF로 돈이 쏠리면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 현물 ETF 중개가 막힌 것이다.
이를 두고 ‘흐름을 거스르는 행보’라며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내시장을 키울 생각을 해야지 자금 유출을 두려워하는 현대 쇄국정책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금융당국도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글로벌 흐름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모멘텀으로 가상자산 투자의 제도화 흐름이 열리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입장을 두고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해 시장은 한차례 혼선을 빚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에 앞서 2021년 2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독일, 호주, 브라질 등 주요국에서도 허용됐다.
국내에서도 증권사를 통해 해외 ETF를 중개하는 방식으로 현물 ETF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나온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주요 증권사는 앞다퉈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아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비트코인 선물 ETF까지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선물 ETF는 비트코인 자체가 아닌 선물지수를 형태로 국내법에 위배될 여지가 없지만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에 일부 증권사가 한때 신규 매수를 중단하거나 거래 중단을 검토한 것이다.
앞으로도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가능성을 두고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인데다 ETF 시장은 선점효과가 큰 만큼 도입이 허용될 경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자격 기준을 통과한 ETF 신상품에 대해 6달 동안 독점 상장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ETF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시장 선점효과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상자산에 대한 규정과 제도 자체가 마련되지 않은 만큼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총선을 지나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차 법안의 초안이 나온 뒤에야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법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앞으로 추가적으로 면밀히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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