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3지대 신당들이 총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각 세력마다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며 ‘빅텐트’ 구축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며 연대에 속도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3명이 구성한 새로운미래도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이견을 표출하고 있으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제3지대 신당들은 당초 설 연휴 전까지 연대를 구체화하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 ‘빅텐트’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 거대 양당에서 이탈한 현역의원들이 신당에 합류하면 제3지대 빅텐트 움직임의 동력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래대연합 소속 이원욱 의원은 19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제3지대 통합과 관련해 “가급적 2월4일, 설 직전 마지막 일요일에 (통합) 선언을 하든지 최소한 어떤 비전으로 같이 해보겠다고 하는 등 국민들의 설 밥상에 풍성한 밥을 올려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3지대 빅텐트를 구축할 세력으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새로운미래, 민주당을 탈당한 3명의 미래대연합,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등 5곳이다.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 신당들이 연대 또는 통합에 관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현재 제3지대 빅텐트를 구축의 가장 큰 난관은 이준석 위원장과 이낙연 전 대표의 연대 여부다. 두 사람 모두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며 ‘낙준연대’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최근 이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향해 각을 세우며 조금씩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 연합과 관련해 “‘통합 앵무새’가 돼서는 안 된다”며 “아이디어를 내고 경쟁하기보다 ‘통합’만 뉴스에 나와 이권다툼으로 보이면 국민들이 빅텐트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총선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두 세력 사이의 통합에 ‘이낙연 역할론’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를 두고 “(이 전 대표가)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렇고 많은 국민들도 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비민주적 당 운영에 대해 지적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저라면 계양(을)에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낙준연대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며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통합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른 제3지대의 세력들도 창당과 정강정책 마련 등 일정에 따라 통합 논의에 이견을 보인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전날 ‘한국의희망’이라는 당명과 가치 및 비전을 다른 신당들이 수용해야 빅텐트에 참여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이 나오자 제3지대 신당들이 각자 창당하고 세력화에 나선 이상 ‘빅텐트’는 힘들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제3지대 통합을 위해서는) 분명한 비전과 가치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을 리더십이 중요한데 과연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는 게 쉽겠나”라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들의 통합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로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 문제도 있다. 현재 제3지대 정당들이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가운데 각 정당이 비례대표로 확보할 의석을 나누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제3지대 신당들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개혁신당의 관점에서는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관해 다른 정당들과 몫을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준석 위원장은 지역구 출마 후보는 연합 공천을 하되 비례대표 후보는 각 정당마다 따로 하는 ‘느슨한 연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느슨한 연대’로는 통합의 의미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제3지대 통합은) 이념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 실질적인 문제는 총선이 바로 앞이라 (공천권을 놓고) 서로 다툴 수밖에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보다 제3지대 빅텐트 구축의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는 현역의원들의 신당 합류가 꼽힌다. 현재 제3지대 신당들의 빅텐트 구축 명분 가운데 하나는 ‘기호 3번’이기 때문이다.
기호 3번을 받기 위해서는 정의당(6석)보다 의석수가 많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제3지대 신당들이 확보한 현역의원은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류호정 의원 등 4명이다. 류 의원이 최근 정의당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세 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만일 앞으로 현역의원들이 탈당해 제3지대 신당에 개별적으로 합류하고 빅텐트를 구축했을 때 7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제3지대 통합 논의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 창준위원장은 18일 KBS 뉴스레터K에서 “현역의원 숫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신당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가고 힘도 실리지 않겠나”라며 “(연대나 통합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고 시너지가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만일 신당들 가운데 한 정당이 7석을 확보한다면 제3지대 빅텐트 구축의 동력은 더욱 약화될 수도 있다.
실제 거대 양당의 공천과정이 본격화될수록 ‘물갈이’에 피해를 봤다고 느끼는 현역의원 다수가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신경민 전 의원은 17일 국회방송 국회라이브6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 우리가 몇 명을 ‘물갈이했다’라는 거 가지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신당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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